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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을 결합시킨 ‘신제품’ <로보캅>
김보연 2014-02-12

인간 대신 로봇이 전쟁을 수행하는 2028년. 로봇들을 생산하는 기업 옴니코프는 로봇 병기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인간과 로봇을 결합시킨 ‘신제품’을 개발하려 한다. 한편 디트로이트 경찰 알렉스 머피(요엘 신나만)가 범죄수사 중 폭탄테러를 당해 심각한 부상을 입자 옴니코프가 머피의 가족에게 접근해온다. 머피를 살려줄 테니 로봇 실험에 동의해달라는 것이다. 결국 머피는 최첨단 로봇 신체를 이식한 로보캅으로 다시 태어나고, 옴니코프는 보다 ‘효율적인’ 작동을 위해 머피의 감정까지 통제하기 시작한다. 결국 “자신을 알렉스 머피라고 믿는 로봇” 수준으로 개조된 머피는 가족까지 잊은 채 범죄자를 잡는 일에만 몰두한다. 인간도, 그렇다고 완전한 기계도 아닌 머피-로보캅은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장르적 연출과 사실적 느낌을 절묘하게 혼합한 <엘리트 스쿼드> 등으로 주목받았던 호세 파딜라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 <로보캅>은 폴 버호벤 감독의 <로보캅>(1987)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기둥 줄거리는 그대로이지만 호세 파딜라 감독의 <로보캅>은 폴 버호벤의 <로보캅>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이는 <로보캅>에 대한 옛 기억을 갖고 이 영화를 본다면 실망할 수 있지만, 동시에 선입견을 버리고 본다면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일단 액션영화라는 관점에서 호세 파딜라의 <로보캅>은 기대한 만큼의 만족을 주지 못한다. 애초에 액션의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데다가 검은색 몸의 이번 로보캅은 묵직하다기보다는 가볍고 날쌔게 움직이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진지한 분위기에 비해 로보캅의 액션은 이질적인 느낌마저 주며, 특히 CG를 적극 사용한 로보캅과 거대 로봇 ED-209의 대결은 (감독의 원래 주특기였던) 실제 배우들이 선보이는 경찰과 악당의 초반부 총격 신만큼의 긴장도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감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작정한 듯 로봇이자 인간인 알렉스 머피의 정체성에 대해 계속 심각한 질문을 던지고, 이 질문이 드라마적 갈등과 함께 진지한 고민 거리를 만들어낸다. 특히 또 다른 주인공이라 해도 무방한 로보캅의 ‘창조주’ 데넷 박사(게리 올드먼)와 머피의 독특한 관계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파고들며 오히려 액션 신보다 더 팽팽한 심리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결과적으로 머피의 내적 갈등을 중심으로 한 드라마가 도드라지는 이번 <로보캅>은 액션의 카타르시스보다 머피의 한 줄기 눈물이 더 기억에 남는 흥미로운 심리극으로 자리매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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