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기호 프로듀서의 휴대폰은 쉬지 않고 울었다.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한 2월6일, 롯데시네마가 19개관을 연 것을 비롯해 총 112개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그치자 여기저기서 영화 관람 문의 전화가 잇따른 것이다. 윤기호 프로듀서는 대중영화가 영화로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추가 상영관 확보에 대한 기대를 놓지 않았다.
-개봉 첫날이다. 관객 반응은 어떤가. =CGV불광과 구로를 비롯해 오전시간대 상영 대부분 거의 매진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으로 찾아와 현장에서 티켓을 구입하는 관객도 많다.
-개봉 첫날 112개관 상영으로 출발했다. 애초 목표였던 스크린 수 300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다. =스크린 수가 약간 늘어나는 추세이긴 하나 종일 상영이 아닌 교차 상영인 까닭에 상영 횟수는 하루 600회로 큰 변화가 없다. 최대 8만명밖에 불러모으지 못하는 상영 횟수다. 극장도 머리를 굴리고 있는 거다. 스크린 수를 늘려줬지만 불러모은 관객수는 적으니 영화를 일찍 내려도 되지 않느냐는 명분을 쌓기 위한 목적이다. 오늘 밤 박스오피스 결과가 나오면 객석점유율로 봐줬으면 좋겠다.
-매주 개봉작이 쏟아지는 현재의 멀티플렉스 환경에서 개봉 첫주 상영관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과제였을 텐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전체 예매율은 3위를, 개봉작 예매율은 1위를 기록했다. 100개에도 못 미치는 스크린 수로 거둔 수치다. 그만큼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많고, 흥행할 가능성도 높다는 증거다. 보통 이 정도 예매율을 기록한 상업영화는 적어도 400개관은 확보할 수 있는데 여기저기서 외압 논란이 불거지면서 겨우 100개관을 확보한 건 정말…. 이게 외압의 증거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롯데시네마가 광고 집행을 취소하기도 했다고. =사실만 얘기하자면, 보통 광고를 한다고 하면 극장에서 쉽게 잡아주는데 <또 하나의 약속>의 광고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예고편도 예정보다 늦게 틀었고. 극장은 담당자 실수였다고 얘기했지만 우리는 그게 이유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단체관람을 위한 대관도 쉽지 않다고 들었다. =사실 극장이 가장 좋아하는 게 대관이다. 서울대 로스쿨 인권법학회 산업재해노동자들과 소통하는 학생들의 모임은 3주 전 롯데시네마 서울대입구점에 영화의 단체관람 대관을 요청했고, 2월3일 상영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다음날 롯데시네마는 “관이 적어 영화의 개봉 배정을 받지 못해 대관을 취소”했다. 이건 관객의 영화 관람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배급 전략을 세우는 과정에서 상영관 확보가 이 정도로 어려울지 예상했나. =전혀. 개봉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였고, 영화를 본 관객을 만족시키는 게 우리의 바람이었다. 이 영화는 특정 기업과 각을 세우는 영화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의 휴먼 드라마다. 어쨌거나 개봉했으니 일단은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개봉 첫주 성적이 중요하다. =정지영 감독님의 <부러진 화살>(2011)이 개봉 첫주 245개(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로 시작해 468개까지 늘어나 345만여명을 불러모은 바 있다. 이같은 사례도 있었으니 최대한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봐주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