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약속>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사연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이목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4일 <또 하나의 가족>의 제작사 에이트볼 픽쳐스의 윤기호 PD는 “전국 영화극장 개봉관 수를 줄이려는 외압이 심하다”는 내용의 호소문을 제작두레 회원들에게 보냈다. 이후 메일의 전문이 같은 날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 워스트’에 게시되면서 외압설에 대한 비판여론을 형성 중이다. 제작사쪽은 <또 하나의 약속>이 “2월3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으로 예매율 3위를 기록했지만 전국 80여개도 안 되는 스크린밖에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는 대기업의 외압이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예매율 3위라는 수치 역시 예매관을 제대로 열어주지 않아 고작 30개관에서 이뤄낸 기록”이라며 여타 영화와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더불어 관객의 호의적인 반응에도 불구하고 공중파 3사의 영화 프로그램에 소개되지 않는 등 방송을 의도적으로 차단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월4일 오전까지 <또 하나의 약속>이 확보한 개봉관 수는 CGV 45곳, 개인 운영극장 21곳, 롯데시네마 7곳 등 80여개에 미치지 못했다. 이때까지 개봉관을 확정짓지 않았던 메가박스는 개봉 하루 전인 2월5일 오후 15개관이었던 예매창을 3곳으로 줄이며 예매를 원하는 관객의 반발을 샀다. 메가박스쪽은 “전산망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12시간 가량 예매창이 닫혔을 뿐 협의 뒤 곧 다시 예매창이 열렸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며 확인되지 않은 음모설마저 제기되고 있다. 메가박스는 “지분 절반가량을 범삼성가인 홍석현 회장의 중앙일보 자회사가 가지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때 대기업의 외압으로 예매창을 열지 않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2월5일 저녁 메가박스는 내부 협의를 마치고 개봉관을 25개로 확정지었지만 한번 불이 붙은 외압설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최초 7개관을 열었던 롯데시네마쪽은 같은 날 오후 8시 7개관에서 3개관을 추가로 열고, 개봉일인 6일 오전에는 9곳을 다시 추가로 열어 총 19관(직영 5관, 위탁 14관)을 연 상태지만 여전히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는 중이다. 롯데시네마쪽은 “개봉관 수는 프로그램팀이 예매율을 비롯한 대내외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며 추가로 늘어난 개봉관은 위탁관에서 따로 요청이 들어와 늘린 것이라고 전했다. 추후 관객수에 따라 개봉관이 더 늘어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 확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답변을 미뤘다.

2월6일 오전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지금까지 112개관을 확보한 <또 하나의 약속> 제작사쪽은 앞으로 300개 스크린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추가상영을 호소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하나의 약속>에 대한 외압의 증거가 실제적으로 드러난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부정적인 여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원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약속>의 김태윤 감독이 기자회견에서 “제작 과정에서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여러 차례 밝혔던 만큼 더욱 입맛이 쓰다. 감독의 이같은 발언이 ‘제작 과정에서는’으로 이어질지 ‘어떤 외압도 없었다’로 마무리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