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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태양은 단순함 위로 떠오른다
주성철 사진 오계옥 2014-02-03

이종석

‘시골 카사노바’ 중길은 블링블링 눈빛 하나, 샤방샤방 숨결 한번에 주변 여학생들을 초토화시킨다. 앉는 자리도 언제나 맨 뒤 창가여서 복도를 지나가며 훔쳐보는 여학생들에게 최고의 각도를 제공한다. 하는 일이라곤 도시락 까먹고 잠자는 것밖에 없지만 어쨌건 그가 지나갈 때마다 여학생들은 수줍게 비명을 지른다. 이종석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코리아>(2012)의 ‘각 잡힌’ 북한 탁구선수 시절을 떠올려보면, 그동안 참 많이도 ‘때가 탄’ 것 같은 능청스런 캐릭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로부터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르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지난 몇년간 가장 무섭게 성장한 남자배우가 바로 이종석일 것이다.

그런데 그 성장에는 이유가 있다. “답답함과 불안함에 나만큼 자신의 연기를 깊이 모니터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그래서 그동안 한번도 빼놓지 않았던 것이 바로 캠코더 촬영이다. “원래 내 연기를 꼼꼼하게 체크하는 편이다. 그래서 TV드라마든 영화든 캠코더로 그날 분량을 촬영해서는 집에 가서 꼭 다시 본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백번이고 돌려봤다”고 덧붙인다. 그런데 <피끓는 청춘>은 처음으로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런 식의 접근법이 통하는 작품과 아닌 작품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시작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감독님의 요구였다. “난생처음 ‘변신’이라 부를 만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다가 나 스스로 너무 불안해서 초반에 나만의 방식으로 모니터링을 했다. 그런데 이연우 감독님이 그런 모니터를 못하게 하셨다. 어떨 때는 시나리오를 외고 오지 말라고도 하셨다. 중길의 헐렁헐렁하고 건들건들한 스타일이 자연스레 몸에 배야 한다는 얘기였다.”

처음에는 그런 즉흥적인 방식에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놓아버리는’ 순간이 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책’을 많이 하는 스타일인데, 아마도 그 때문에 그런 버릇이 생겼던 것 같다. 게다가 <노브레싱>이나 T V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하면서 그런 자책이 더 컸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것이 연기에 방해가 되는 ‘집착’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얘기한 ‘날것 같은 연기’가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의아했지만, 점점 그렇게 마음 편히 놓아버리니까 거짓말처럼 더 망가지고 지질해지더라. 그게 내 실제 모습이라고 착각하면 곤란한데(웃음), 어쨌건 그런 점에서 큰 공부가 된 영화다. 뭐든지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면 더 많은 게 보이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이종석의 기념비적인 2013년에 대해 정리해달라고 부탁했다. “제대로 소화를 못 시킬 정도로 과식을 한 것 아닐까”라며 겸손의 말을 건넨 그는 “책임감이 강해진 해”라고 말했다. “뭔가 막힌다는 생각이 들면 얼추 중간지점을 찾아 몸을 사리게 될 때도 있는데, <관상>은 대단한 선배님들 사이에서 절대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연기했다. 그러다 <피끓는 청춘>은 주변에서 반대하는 캐릭터를 해보면 더 성장하겠다는 생각으로 좀 고집을 부렸다. 그렇게 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누군가 내 연기를 보고 어쨌건 ‘이종석 연기가 좀 늘었네’ 하고 생각해준다면 매우 감사하다. 2014년의 희망도 오직 그것이다.”

최근 그는 느닷없는 금발 염색을 해서 화제가 됐다. 차기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짐작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사실무근이었다. “영화 끝나고 한동안 바깥 일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해본 거였는데, 연말 시상식이다 뭐다 너무 노출이 많이 돼서 좀 민망했다”는 그는 “어느 순간 내 얼굴이나 이미지가 지겨웠다. 진짜 ‘그냥’ 한 것”이라며 웃었다. 뭐랄까, 너무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1년여의 시간에 대한 회한의 말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소속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피끓는 청춘>이라는 의외의 선택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덧붙여 “애초 19금 버전의 시나리오도 마음에 들었다”는 그는 계속 새로운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었다. 질주 뒤의 갈증이랄까. TV드라마건 영화건 진정으로 그다음 선택이 기대되는 이유도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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