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ography
<타짜: 신의 손>(가제, 촬영 중) <신의 한 수>(2014) <수상한 그녀>(2014) <살인자>(2014) <집으로 가는 길>(2013) <더 테러 라이브>(2013) <미스터 고>(2013) <뜨거운 안녕>(2013) <몽타주>(2013) <내가 살인범이다>(2012) <써니>(2011) <황해>(2010) <평행이론>(2010) <주유소 습격사건2>(2010) <추격자>(2008) <기담>(2007) <모노폴리>(2006) <사랑따윈 필요없어>(2006) <여자, 정혜>(2005) <내사랑 싸가지>(2004)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 <강원도의 힘>(1998) <파트너>(1997) <지상만가>(1997)
<수상한 그녀>에서 의상은 중요한 관람 포인트다. 채경화 의상실장은 스무살 아가씨의 몸을 가지게 된 칠순 할머니의 심경 변화를 입고 있는 옷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혹시 오두리(심은경)의 치마가 점점 짧아진다는 사실을 눈치챘나. 갑자기 젊어진 몸에 적응하지 못하다가 점점 젊은이들의 의상에 도전하게 되고 나중에는 미니 원피스까지 입게 된다는 설정으로 의상을 디자인했다.” 그녀는 우선 2인1역을 맡은 두 배우에게 꽃무늬 원피스와 주름치마, 몸뻬 등의 익숙한 의상을 입혀 ‘할매 패션’을 완성했다. 하지만 할매 패션이라고 촌스러울 수만은 없는 법. “스무살 아가씨가 입었을 때도 어울리는 옷이어야 했다.” 할매 패션에 오드리 헵번의 스타일을 적용해 “촌스러운데 촌스럽지만은 않은, 예쁜데 예쁘지만은 않은 옷”을 만들어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채 실장은 지난 2011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써니>와 <황해> 두 작품으로 동시에 의상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그리고 <황해>로 수상했다). 그녀의 말대로 “두편 모두 올드하거나 낡은 의상이 돋보이는 영화”라는 사실이 흥미로운데 그녀가 빈티지한 소품을 구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부모님 댁이다. <황해>에서 김윤석이 꼈던 선글라스는 아버지로부터 빌려온 아이템이며 <써니>에 쓰인 안경은 아버지의 서랍 속에 남아 있던, 채 실장이 중학생 때 쓰던 안경이었다. 이번 <수상한 그녀>에서도 오말순(나문희)이 입었던 옷 중 세벌은 어머니의 옷장에서 꺼내왔다고 한다. “오래된 물건을 소중하게 보관하는 가족의 특별한 습관이 나에게 트로피까지 안겨줄 줄은 몰랐다. (웃음)” 하지만 “진짜 보물창고는 동묘풍물시장”이라며 “나뿐만 아니라 충무로의 모든 의상 스탭들은 동묘에서 영감을 얻는다”고 밝혔다. 최근 촬영을 마친 <신의 한 수>에서는 “감독님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조끼가 있었는데 동묘 좌판에서 극적으로 찾아”내기도 했다고. “요즘은 <무한도전> 때문에 사람도 많아졌고, 값도 올랐고, 좋은 물건도 금방금방 나간다. 일찍부터 알고 자주 다니던 곳인데 너무 아쉽다.”
그녀의 부지런함은 현장에서뿐만 아니라 영화를 준비하는 과정 중에 더 잘 드러난다. “크랭크인할 때마다 트럭 단위의 의상을 다룬다. 언제 어떤 옷이 필요할지 몰라 틈틈이 공부하며 국내외 대부분의 브랜드의 스타일을 꿰고 있다.” 처음 보는 브랜드의 옷은 꼭 사서 입어봐야 옷의 특성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떤 배우가 평소에 어떤 브랜드를 선호하는지까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 그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까지 잘 꾸며줄 수 있다.” 한번 같이 작업했던 감독들은 다음 작품에서도 꼭 그녀를 찾는다. ‘믿고 가는 의상실장’이라는 그녀의 별명이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작품을 맡아온 그녀지만 아직까지 사극 경험은 없다. “사극은 경력이 있는 팀들을 뽑다보니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더라.” 그녀가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는 사극 중에서도 멜로다.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가 가장 열심히 옷에 신경 쓰는 때이다. 사극이라면 캐릭터의 감정을 그대로 색깔로 표현할 수 있어 더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 그녀의 다음 작품은 <써니>에 이어 다시 한번 강형철 감독과 함께하는 <타짜: 신의 손>(가제)이다. “전작에 등장한 옷을 그대로 다시 만들어야 한다. 우리 팀의 실력을 기대해도 좋다.”
반짇고리
실, 바늘, 핀, 그리고 줄자. 의상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빼놓고 다닌 적이 없는 필수 아이템이다. 정신없이 돌아가는 영화 현장에서 “섬세함을 잃지 않고자 일부러 예쁜 것에 집착”하게 된다고. “너무 예뻐서 아껴 쓰느라 몇 번 못 쓰고 잃어버리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