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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비밀 현장에 있습니다 (2)
이주현 김성훈 2014-01-02

한국영화 B컷祕史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부터 <관상>까지 숨은 이야기들

수양대군도 스마트폰을

이재혁 스틸 작가가 말하는 <관상> 현장비사

스마트폰을 하고 있는 수양대군(이정재). 단종(채상우, 왼쪽)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그가 스마트폰으로 검색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왕위를 찬탈하는 방법? 단종과 김종서(백윤식)를 이간질하는 방법? “배우들의 무료한 대기 시간을 달래주는 데 스마트폰만 한 게 없다.” 이정재도 스탭들이 장비를 세팅하는 동안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걸어만 다녀도 화보인 배우인지라 이 모습마저 “패션 피플”의 멋진 포즈 같아 보인다. 한편 이정재는 <관상> 촬영장에서 아이폰과 라이카 카메라로 촬영장 풍경도 즐겨 찍었다고 한다.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등 출연작만 무려 세편인 송강호는 올해의 배우라 할 만하다. 현장에서 그가 어떤 태도로 연기에 임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사진 한장으로 충분하다. <관상>에서 내경 역을 맡은 송강호가 콘티 보드를 유심히 보고 있다. 어쩌면 그의 즉흥연기는 콘티를 꼼꼼히 확인하고 연기를 준비하는 데서 출발하는지도 모른다. 스테이션 기둥에 기대어 있는 그의 모습이 평화롭다. <설국열차>에 이어 <관상>에서도 송강호를 지켜본 이재혁 스틸 작가는 말했다. “송강호 선배는 한국 배우 중 즉흥연기가 가장 강한 배우로 알려져 있다. 시나리오와 콘티를 완벽하게 소화해야만 자연스러운 애드리브가 가능하기에 그는 언제나 콘티 보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조정석이 제기차기 삼매경에 빠졌다. 조카인 진형(이종석)의 막힌 벼슬길을 터주는 것도, 진형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수양대군을 찾아가야 하는 것도 그의 관심 밖이다. 제기를 몇개 차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영화에서 웃음을 맡은 팽헌의 모습대로 조정석은 현장에서도 분위기를 띄웠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못하는 게 없는 만능 재주꾼 조정석씨. 하동 최 참판댁에 있던 민속놀이 세트 촬영 때 제기차기에 도전하더니 발군의 실력을 보이며 동료 배우와 스탭들에게 재미있는 볼거리를 선사했다.”

망중한도 이런 망중한이 없다. 송강호가 세트장 한가운데 드러누웠다. 옆에 있던 분장팀 스탭은 열심히 부채질을 하고 있다. 한여름 아니냐고? 유독 춥고 눈이 많이 내렸던 올 1월이라고 한다. “눈이 많이 내리고 엄청 추웠던 올 1월. 이날 근정전 세트 촬영은 낮 장면을 찍어야 하는 까닭에 텅스텐 조명과 발전차 4대가 동원되었다. 덕분에 모든 스탭들이 반팔만 입을 정도로 뜨거웠다. 하지만 탈의가 자유롭지 않았던 송강호 선배는 대기 시간에 겨우 겉옷만 벗고 휴식을 취했다.”

가족 같아요? 느낌 아니까~

김진영 스틸 작가가 말하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 현장비사

94학번 삼천포의 시계는 빨리도 흘러간다? <응답하라 1994>의 촌스럽고 무뚝뚝한 삼천포의 모습은 이 사진에선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김윤석, 여진구와 함께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는 김성균은 화면이 잘 안 보이는지 안경을 눈에 가까이 대고 있다. “김성균 선배가 원래 시력이 좋지 않다. <이웃사람> 작업 때도 그랬었는데, 연기할 때 렌즈를 착용하지 않으시더라.” 굳이 안경이나 렌즈를 착용하지 않아도 느낌 아니까~.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에서 조진웅은 운전 전문 기태로 출연한다. 핸들과 소주팩 대신 총을 잡은 조진웅의 모습이 나름 진지하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여진구의 표정은 ‘아빠는 그냥 운전을 하시는 게…’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진구군이 총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조진웅 선배님이 오시더니 ‘총 줘봐’ 하고선 사격 자세를 취하시더라.” 아무렴, 총격 신이 폼이 나긴 하지.

화이(여진구)가 총기를 훔쳐 창문을 깨고 옥상으로 도주하는 장면을 촬영하던 날이다. 추운 날씨 탓에 옥상에 언 얼음을 스탭들이 불을 피워 녹이고 있다. 마스크를 쓴 채 빗자루를 들고 있는 이가 정두홍 무술감독이다. “정두홍 무술감독님이 직접 상황을 체크하고 정리한 다음 스턴트 배우들과 배우들을 옥상에 올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한편 여진구는 창문을 깨고 나오는 장면을 직접 연기하겠다고 할 정도로 “액션에 대한 욕심”이 컸다고.

어느 쪽이 배우이고, 어느 쪽이 감독일까. 마스크를 쓴 쪽이 배우 김윤석이고 그 오른쪽이 장준환 감독이다. 체격도 비슷한 데다 두 사람 모두 모자와 안경을 착용하고 있어 더 닮아 보인다. 참고로 사진의 왼쪽 뒤편에 걸린 사람은 배우 유연석이다(스탭으로 오해할 뻔했다). 김진영 스틸 작가는 “테스트 촬영이 있던 날이었는데, 두 수장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멋있었다”며 카메라를 든 이유를 설명했다. “김윤석 선배는 카리스마가 있어 처음엔 다들 다가가기 어려워한다. 초반엔 나 역시 김윤석 선배 사진을 찍을 땐 긴장했다. 그런데 스틸 작가를 배려해주는 게 점점 느껴지더라. 반대로 장준환 감독님은 섬세하고 순수하시다.” 참고로 홍상수 감독 현장에서 문소리와 함께 작업한 적 있는 김진영 스틸 작가는 장준환, 문소리 부부의 아기 돌사진도 찍었다.

화이가 아직 아이였을 때, 화이의 다섯 아빠들 모습이다. 지방 로케이션 촬영 마지막 날, 다섯 배우는 70년대, 80년대, 90년대 느낌이 뒤섞인 듯한 복장을 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잠자리테 안경을 쓰고 한껏 폼을 잡은 김윤석의 모습이 재밌다. “로케이션 촬영 마지막 날이어서인지 다들 기분이 조금씩 업되어 있더라. 그래서 단체사진을 한번 찍었으면 했다. 배우들의 팀워크가 워낙 좋아 사진 찍는 사람으로서도 기억에 많이 남은 영화였다.”

강호 형, 정말 때릴 거야?

이재혁 스틸 작가가 말하는 <설국열차> 현장비사

체코 프라하의 바란도프 스튜디오에서 배우들이 피팅테스트를 할 때, 틸다 스윈튼과 봉준호 감독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이재혁 스틸 작가가 카메라에 담았다. 틸다 스윈튼이 <설국열차>에서 입고 나오는 모피코트는 의상디자이너 캐서린 조지가 준비했는데 굉장히 고가라고 한다. 그래서 스틸 작가의 카메라, 메이킹 기사의 카메라와 함께 틸다 스윈튼의 모피코트는 스튜디오의 금고에 항상 따로 보관했다고 한다. “저 코트가 그만큼 비싼 의상이었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님에 대한 틸다 스윈튼의 신뢰가 깊어서인지 틸다가 자신이 영국에 가 있는 동안 이 코트를 감독님이 입고 계시면 안 되겠냐고, 두분이서 웃으며 그런 얘기를 나눴었다.” 모피코트를 걸친 봉준호 감독이라. 그 모습도 꽤 그럴싸했을 것 같다.

<설국열차> 현장의 분위기 메이커는 제이미 벨(오른쪽)이었다고 한다. 제이미 벨은 송강호와도 쉽게 친해졌는데, 두 배우가 처음 촬영을 함께한 날 제이미 벨은 긴장을 했단다. 봉준호 감독으로부터 ‘송강호는 액션 신에서 상대 배우를 진짜로 때리는 배우’라는 얘기를 들어서라고. “제이미 벨이 강호 선배한테 진짜로 날 때릴 거냐고 물어보고, 강호 선배는 아니라 그러고. 두 배우가 잘 어울려 지냈다.” 송강호는 외국 배우들 사이에서 단연 인기였다고 한다. “<살인의 추억> <괴물> 등 강호 선배 출연작들을 외국 배우들이 거의 다 봤더라. <설국열차>에 화가로 나온 배우(클라크 미들턴)는 강호 선배한테 어떤 식으로 연기하는지 진지하게 30, 40분씩 물어보기도 했다. 사람들 보는 눈은 비슷한 것 같다. 강호 선배의 동물적인 연기 감각에 다들 감탄했다.”

곽 감독의 사투리 레슨

김동건 스틸 작가가 말하는 <친구2> 현장비사

장동건, 정우성, 이정재, 권상우, 김우빈의 공통점은? 모두 곽경택 감독의 연기 연출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배우들이다. 사진은 성훈(김우빈)이 준석(유오성)과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감정 신에 앞서 곽경택 감독이 김우빈의 연기를 점검하고 있는 장면이다. 그 모습이 “인생 선배가 후배에게 조언을 하는 모습 같더라”고. “곽경택 감독은 부산 사투리를 어색해하는 우빈씨의 억양과 말투를 일일이 봐주었다.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건 <친구2>가 처음인데, 꽤 잘 어울렸다.” 사투리와 별개로 김우빈을 비롯한 배우들은 포장마차 신을 찍으며 특히 집중해야 했다고 한다. “촬영 장소 근처에 유흥업소가 많고 취객이 많아 배우들이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친구2>에서 김우빈이 휠체어를 타는 장면이 있었던가? 영화 속 그는 언제나 가죽 잠바나 정장 차림이었다. 성훈이 병원에 입원한 은기(정호빈)를 작업(?)하러 가는 장면을 찍던 중 휠체어를 타며 포즈를 취한 그를 김동건 스틸 작가가 놓치지 않았다. “성훈이 은기를 작업하러 가는 신이다. 은기에 대한 분노와 허무감을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 감정 신이다. 감정선을 잘 지켜야 하는 상황인데 우빈씨가 휠체어를 보더니 직접 타면서 신기해하더라. 처음에는 강한 인상 때문에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실제로는 사진처럼 장난기도 많고 애교도 많아 매력적인 배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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