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마저 그의 영화처럼 빠르고 맹렬했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배우 폴 워커가 11월30일 갑작스레 하늘로 떠났다. 향년 40. 1985년 드라마 <천사 조나단>으로 데뷔해 <분노의 질주> 시리즈 외 <러닝 스케어드> <비히클 19> 등 다양한 액션영화에서 활약해온 그는 태풍 하이옌 피해자들을 위해 열린 자선 모터쇼에서 친구 로저 로다와 함께 시험운전에 나선 길이었다. 하지만 로다가 운전하던 차량이 알 수 없는 이유로 가로등과 나무를 들이받으며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사고 소식을 전해들은 할리우드는 슬픔에 빠졌다. 가장 충격을 받은 이들은 <분노의 질주7>을 함께 촬영 중이던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이다. 지난 5년간 그와 액션의 자웅을 겨루어왔던 빈 디젤은 페이스북에 “형제여, 무척 그리울 것이다. … 천국이 새로운 천사를 얻었다. 평안히 잠들길”이라고 남긴 뒤, 장례식에서 시인 토머스 캠벨을 인용해 “비록 그의 몸은 영원히 떠났지만 그의 마음은 우리 마음속에서 영원히 죽지 않고 남으리라”고 추도사를 남겼다. 드웨인 존슨도 트위터로 “힘든 시간을 겪고 있을 워커의 가족에게 내 모든 힘과 사랑과 신념을”이라며 위로를 전했고, 제임스 완 감독도 “가슴이 아프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아무것도 못하겠다”며 애통한 마음을 표했다. 이외에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배우 제임스 프랭코, 제시카 알바, 라이언 필리프 등 수많은 동료들의 애도가 계속됐다.
<분노의 질주7>의 제작도 중단이 불가피해졌다. 12월9일 애틀랜타에서 촬영을 속개할 예정이었으나 “지금은 폴 워커를 잃은 가족을 위로할 시기”라며 모든 일손을 멈춘 상태다. 이후 극비회의를 연 유니버설픽처스 경영진과 제임스 완 감독은 12월4일 “시리즈를 이어가기 위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를 놓고 고민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월 촬영을 시작한 <분노의 질주7>은 아직 상당한 분량의 촬영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 디젤과 함께 시리즈를 든든히 떠받쳤던 폴 워커의 빈자리를 채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