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대진대학교를 찾았다. 대진대학교는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공과대학, 예술대학 등 5개 단과대학과 36개 학과로 구성되어 있다. 2005년부터 중국 쑤저우대학과 하얼빈사범대학과의 합작을 통해 대진대학교 차이나캠퍼스(DUCC)를 건립하는 등 국제화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 차이나캠퍼스의 교육과정은 기본과정(1학기), 심화과정(1학기), 복수학위과정(4학기 총 2년)으로 나뉜다. 기본과정은 신입생이라면 성적과 관계없이 누구나 지원 가능하다. 복수학위과정은 중국에서 4학기, 한국에서 4학기를 이수한 뒤 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제도다. 연극영화학부도 점차 중국과의 교류를 늘려가는 추세다. 연극영화학부 성지영 교수는 “하얼빈, 쑤저우대학과 공동제작을 기획 중이다. 본격적으로 교류를 한 것은 지난해 2학기부터인데 내년 상반기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다”라고 밝혔다. 2011년에는 DUMC(Daejin University Malaysia Class)라는 이름으로 말레이시아의 말라야국립대학과 협약을 체결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별도의 유학비용 없이 말라야국립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다. 대진대학교는 그외에도 국제교류를 넓혀가고 있으며 명실공히 국제화 대학으로 우뚝 설 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장 경력자를 뽑는 특기생 제도와 실습비를 지원하는 팀플제도
대진대학교에서 특기할 만한 또 다른 제도는 특기생 제도다. 특기생 제도는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경력자를 특기생으로 뽑아 학생들에게 현장 분위기를 전수하고 이끌어주도록 하는 제도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말죽거리 잔혹사>의 신재명 무술감독은 바로 이 전형을 통해 대진대학교와 인연을 맺었다. 성지영 교수는 적극적으로 학교생활에 참여한 이로 신재명 무술감독을 꼽으면서 “덕분에 그해 학생들이 찍은 작품 중 1/3가량이 모두 액션영화였다”라며 웃어 보인다. 신재명 무술감독은 직접 자신의 무술팀을 데려와 하남 스튜디오에서 합을 짜면서 학생들을 도와주기도 했단다. 특기생 제도는 다르게 보면 일종의 특혜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학교에서도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다. 학교에서는 특기생들이 일정한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졸업을 시키지 않고, 교수와 학생 사이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유점을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름난 커리어가 없어도 수상 경력이 있으면 특기생으로 인정하는 등 형평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외에도 장학제도가 발달되어 있는 것이 대진대학교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장학금 수혜자 비율은 다른 학교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성지영 교수는 “등록금이 싸고 장학 혜택이 좋은 편이다. 장학금 수혜자 비율이 전국 10위 내에 든다”라고 밝혔다.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는 1998년 설립돼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는 성장을 해왔다. 국내 최고 수준의 실기 실습장과 장학제도 그리고 전공 부분별 커리큘럼을 통해 완전실기의 맞춤교육을 실시한다. 최근에 전문대학원이 개설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학부의 커리큘럼도 업그레이드됐다. 최근 추세에 맞춰 3D 관련 수업도 신설했다. 막 갖춘 상태라 장비가 충분하지 않지만 학생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으로서는 충분하다. 연극영화학부가 있는 예술관은 넓은 대진대학교 캠퍼스 중에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건물에 들어섰는데 의외로 썰렁하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학생들이 만든 졸업작품을 기반으로 한 졸업영화제가 막 끝났다고 한다. 졸업영화제가 좀 이른 것 같다고 했더니 “취업 등 학생들의 사회진출을 배려해 기간을 앞당기는 추세”라고 성지영 교수가 설명한다. 대신 4학년 학생들이 1학기부터 졸업작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해 작품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편집실에서는 몇몇 학생들이 작업 중이었다. 며칠 전 졸업영화제에서 상영작을 본 뒤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생겨 작업 중인 학생들이었다. 다듬어진 작품은 영화제에 출품할 예정이란다. 예술관 안에서도 많은 장비를 필요로 하는 영화전공 학생들을 위해 건물 한층을 전부 영화작업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성지영 교수는 “디지털 관련 장비를 확충했다. 실제 시나리오부터 후반작업까지 제작단계를 모두 거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낸다. 영화를 제작할 때 드는 비용은 학생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대비해 학과 차원에서 팀플제도를 통해 최소경비를 책정하려고 한다. 팀플제도란 연출은 30만원, 팀원 3명이 각각 10만원씩 보태 총 60만원을 시드머니로 두고 추가되는 부분은 학교나 학과 차원에서 실습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상금 등 수입이 생겼을 경우에는 투자한 만큼 금액을 나누는 것으로 제도화하고 있다.
자유로운 학풍에서 진행되는 수업
1층 소극장에서는 연극전공의 ‘비사실주의와 부조리극연구’ 수업이 한창이다. 수업은 3~4개조로 나누어 각자 장소를 정하고, 그곳에서 흩어져 연습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소극장에서는 10명 내외의 학생들이 남아 카뮈의 <시지프 신화>를 연극으로 꾸미고 있었다. 독특하게도 연극 무대가 아닌 계단식 객석을 무대 삼아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 극의 인트로 부분에 해당하는 시시포스가 하데스의 부름을 받아 산을 오르는 장면이었다. 시시포스 역의 학생이 계단 아래에 커다란 공을 들고 서 있었고, 나머지 학생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캐릭터를 정하고 있었다. 한 학생이 “각자 캐릭터를 정해”라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자신이 정한 캐릭터를 즉흥적으로 외쳐댄다. 그때 한 남학생이 “나는 게이”라고 말하자, 다들 웃음이 터졌다. 학생들이 장면을 짜는 동안 교수는 꼭 필요할 때 한마디씩 조언을 해준다. 수업을 담당한 김종학 교수는 “원작에 충실해도 되고, 비틀어서 해도 된다. 공간 역시 무대라는 정형화된 장소를 탈피하고 각기 흩어져서 연습 중이다”라고 수업의 취지를 설명했다. 심지어 화장실을 자신의 장소로 삼은 팀도 있단다. 성지영 교수가 강조한 자유로운 학풍이라는 게 뭔지 제대로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입시전형
영화전공은 정시 나군에서 일반학생 12명을, 정시 다군에서는 일반학생 11명을 선발한다. 연극전공은 정시 나군에서 일반학생 2명을, 다군에서 일반학생 13명을 선발한다. 전형방법은 정시 나군에서는 수능 100%를 반영하고, 정시 다군에서는 수능 30%, 실기고사 70%를 반영한다. 실기고사는 영화전공은 심층면접을, 연극전공은 5분 안에 지정연기와 자유연기 혹은 특기를 실시한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admission.daejin.ac.kr) 참조.
“심층면접으로 진짜 하고 싶은 사람을 뽑는다”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성지영 교수
-다른 학교에 비해 대진대학교만의 장점이라면. =시설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예술관 건물을 영화과가 다 쓴다. 공간적인 측면, 시설적인 측면이 훌륭하다. 다른 하나는 학풍이 자유로운 편이다. 학생들이 하려는 것에 대해 검열을 하지 않는다.
-실기교육에서 강조하는 것은. =현장과 똑같은 형태의 실기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편집 툴을 사용하는가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지만 최대한 현장에서 수용되는 툴에 맞추려고 한다. 갈수록 후반작업이 중요해지는데 워낙 기술적으로 깊이 들어가야 하기도 하고 비용이 많이 들어 학교쪽에서 접근하기는 힘든 부분이다. 대진대학교는 그런 부분까지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어떤 학생을 뽑고 싶나.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싶다. 무엇보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은 게 아니라 진짜 하고 싶은 사람을 뽑고 싶다. 심층면접의 비중을 높여 최대한 그런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심층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치러지나. =영화적 기본 지식과 영화를 바라보는 시각, 가치관 등을 본다. 처음에는 5~1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이 회의적이었다. 그런데 재밌는 것이 5명이 앉아 1명을 놓고 5분을 질문해보니 그 사람의 특징이 나오더라. 거짓말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드러난다. ‘어떤 영화를 봤냐?’라고 물으면 하나둘까지는 되는데 그 이상은 꾸며낼 수가 없다.
-예비 신입생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남들보다 잘되고 싶으면 남들보다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신뢰를 쌓으라고 말하고 싶다. 인성이 부족하면 뽑지 않는다. 이 분야는 특히 평판이 중요하다. 그리고 누군가 잘됐을 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한마디는 ‘쟤는 왜 저렇게 운이 좋을까’라는 말이다. 능력으로 인정하고 부러워 마라. 운을 탓하지 말고 ‘저 사람은 왜 잘될까’라고 생각할 때 스스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