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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sh on] ‘힐링 프로젝트’로 10년 만에 컴백
주성철 사진 박종덕 2013-11-28

<완전 소중한 사랑> 김진민 감독

<안녕! 유에프오>(2004)의 김진민 감독이 <완전 소중한 사랑>으로 돌아왔다. 소년 시절 소아암을 앓았던 경력이 있는 청년 온유(임지규)가 자원봉사를 하던 병원에서, 우연히 어렸을 적 자신의 우상과도 같던 왕년의 걸그룹 아이돌 예나(심이영)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풋풋한 멜로드라마다. 인물과 그 삶의 속껍질에 은근히 다가가는 따스한 감성은 10년 전의 데뷔작과도 같아 반갑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소아암 아이들을 위해 100% 재능기부와 포털 사이트 ‘다음’의 제작비 기부 형태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향후 수익금의 40%는 소아암 재단, 30%는 문화재단에 기부된다. 무려 10년의 세월이 흘러 어딘가 ‘소중한’ 영화로 돌아온 김진민 감독을 만났다.

-1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갔다. =시나리오부터 캐스팅, 그리고 투자에 이르기까지 보통 2년 정도 걸린다고 보면 한 세 작품 붙들고 있다가 이렇게 됐다. (웃음) <몽당연필>의 경우 임창정, 김민희 캐스팅 기사까지 나간 상태에서 무산돼 상처가 좀 컸다.

-<완전 소중한 사랑>을 ‘힐링 프로젝트’라 표현하더라. =제작사의 부분투자가 보장되지 않으면 크랭크인이 힘들고, 캐스팅이 완료됐음에도 최종 투자심사 단계를 통과하지 못하면 그 과정은 곧 ‘희망고문’이다. 좋게 말해 희망고문이지 그냥 사람 말려 죽이는 시스템이다. (웃음) 그러다 ‘옐로우래빗’의 김대선 대표를 만나 ‘기부’ 형태의 전혀 새로운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다. 과연 이 방식이 가능할까 했는데 선한 의지에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많아 놀랐고 지금도 신기하다.

-<안녕! 유에프오>는 이은주의 유작으로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된다. =다음 작품도 꼭 함께하자고 약속했다가 그렇게 됐다. 그런데 은주가 세상을 떴을 때 언론에서는 전인권 선생님의 말을 왜곡해 전하면서 이상한 논란만 낳았다. 사실 그때 전인권 선생님이 약물 등으로 굉장히 망가져 계실 때였는데, 정신없이 질문공세를 퍼부어서는 이상한 이슈만 만들어낸 거다. 오랜 친구와도 같던 이은주, 어려서부터 우상이나 다름없던 전인권, 그렇게 두 사람과 <안녕! 유에프오>를 통해 씁쓸하게 이별한 것 같아 상처가 컸고, 꼭 다시 멋진 작품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얼핏 두 작품만 보면 과거 임상수 감독 연출부 경력이 믿기지 않는다. (웃음) =<완전 소중한 사랑> 크랭크인하던 날, <눈물>(2000) 조감독을 하던 날이 떠올랐다. 매일 사건이 터지는 힘든 날의 연속이었는데도, 새벽에 청소하며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계속 영화 해야겠다’는 벅찬 기분이 들었었다. 물론 임 감독님과 내 성향이 좀 다를 수는 있는데, 늘 조감독에게 많은 권한을 주셨다. ‘이건 네가 좀 해줘’ 그러면서 연출부를 ‘동지’로 생각해주셨다. 그래서인지 당시 최동훈 등과 함께 연출부 생활을 할 때 다들 정신병자 집단 같았다. 뭐 그렇게 영화가 좋다고. (웃음)

-<완전 소중한 사랑> 역시 전작의 정서를 떠올리게 하는 ‘착한’ 영화다.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감독이 라세 할스트롬인데, <사이더 하우스>(1999)는 물론이고 초창기 작품 <길버트 그레이프>(1993)는 거의 100번 넘게 봤다. (웃음) 그 인물들의 삶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고 싶고, <브래스드 오프>(1996)나 <풀 몬티>(1997) 같은 영국식 루저 코미디의 정서도 아우르는 ‘휴먼 코미디’를 언제나 꿈꾼다. 요즘 너무 변질된 단어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여전히 ‘진정성’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소아암 환자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완전 소중한 사랑>은 더 조심스러웠을 것 같다. =관객을 울컥하게 만드는 건 굉장히 힘들다. 적당한 음악이나 자극적인 묘사로 가능하리라 믿는 사람들이 종종 이상한 방법을 쓴다. (웃음) 결국에는 장르를 초월하는 진심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완전 소중한 사랑>도 초반에는 클리셰 덩어리에 밋밋하다고 느껴질지 모른다. 하지만 중반 이후 울컥하게 만드는 진심이 도드라지게 하고 싶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온유가 형(김병철)과 계단에서 대화하며 화해하는 장면이다. 그 둘의 엄마로 나오는 이경진 선생님도 최근 유방암을 극복해낸 분이라 이 영화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다. 관객이 바보가 아닌데, 가짜는 금방 알아본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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