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님포마니악>의 최종 편집에서 손을 뗐다. 여성 색정증 환자의 회고담인 <님포마니악>은 애초 노골적인 섹스 장면이 다수 포함된 하드코어 버전과 그렇지 않은 소프트코어 버전으로 나누어 개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라스 폰 트리에는 자신이 완성한 5시간30분짜리 버전을 더이상 줄일 수 없다고 판단해 다른 이에게 최종 편집권을 넘겼다. 이제껏 자신의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장해온 그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에 따라 12월25일 덴마크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될 <님포마니악>은 1부와 2부로 나뉜 4시간짜리 하드코어 버전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개봉 전부터 ‘라스 폰 트리에의 포르노’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님포마니악>은 여성 색정증 환자 조가 섹스에 집착했던 과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현재의 조는 샬롯 갱스부르가 연기하고 과거 젊은 시절의 조는 신인 배우 스테이시 마틴이 연기한다. 이외에도 샤이어 라버프, 우마 서먼, 제이미 벨, 스텔란 스카스가드 등이 영화를 위해 기꺼이 옷을 벗어던졌다.
라스 폰 트리에와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제작자 피터 알바엑 옌센은 편집 문제에 대해 덴마크 영화잡지 <Filmmagasinet Ekko>를 통해 “라스 폰 트리에가 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옌센은 “5시간30분이라는 상영시간은 지나치게 길다. 그것은 영화의 시장성을 해친다. 또한 투자자들에게는 그들이 제대로 영화를 검토하지 않고 투자했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멜랑콜리아> <안티크라이스트> <도그빌> <어둠 속의 댄서> 등 도발적인 작품들로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해온 라스 폰 트리에이기에 예술적 고려보다 상업적 고려를 우선시한 이번 결정은 의외의 선택처럼 비친다.
한편, 내년 칸국제영화제에서 라스 폰 트리에의 5시간30분짜리 ‘디렉터스 컷’이 공개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옌센은 전혀 고려된 바가 없다며 일각의 추측을 일축했다. 어쩌면 감독 버전의 DVD에서나 5시간30분짜리 <님포마니악>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