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시움> 감독 닐 블롬캠프 / 출연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 샬토 코플리, 윌리엄 피츠너
<인 타임> 감독 앤드루 니콜 / 출연 아만다 시프리드, 저스틴 팀버레이크, 킬리언 머피, 올리비아 와일드
SF 블록버스터에서 ‘지구’는 외계인 등과 같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구해야 할, 지켜야 할 대상이었다. 서기 2154년 <엘리시움> 속 지구에는 적어도 이 말이 통하지 않는다. 가난과 질병, 노동 착취, 악취 나는 쓰레기 더미로 변해버린 지구는 웬만하면 누구든 버려야 할 땅이다. ‘할 수 있는 자’는 모두 떠났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엘리시움’으로. 1%의 부유한 계층이 거주하는 대기권 밖 엘리시움의 세계는 풍족한 생활과 의료시스템이 보장된 미래형 낙원이다. 애써 구해놓아봤자 별 희망이 없는 지구에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쏟느니 기회만 있다면 (불법 난민이 되어서라도) 빨리 엘리시움으로 가는 게 가장 현실적인 대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엘리시움>의 영웅 ‘맥스’(맷 데이먼)는 여타 블록버스터 영웅들과 확연히 차별화된 별종이다. 노동자 출신인 그는 제 몸을 치료하려고 엘리시움으로 가려고 한 것이지 애초 인류를 구하기 위해 나섰다는 등의 뚜렷한 대의명분이 없다. 다른 영웅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과 달리 그의 목표는 엘리시움으로 진입해 기존 시스템(질서)을 파괴하는 것이다.
앤드루 니콜 감독의 <인 타임> 역시 극단의 디스토피아를 설정한 영화다. <인 타임>이 그리는 근미래에서 화폐는 살 떨리게도, 바로 시간이다. 커피 한잔에 4분, 버스요금은 2시간, 스포츠카 한대는 59년이다. 시간만 있으면 뭐든 살 수 있다. 삶과 죽음을 나누는 의료 문제도 마찬가지로 시간의 지불로 해결된다. 엘리시움 같은 부유층에 사는, ‘뉴 그리니치’ 거주자들만이 디스토피아를 즐길 수 있다. 나머지 이들은 근근이 먹고살 만큼의 시간을 벌기 위해 죽도록 일해야 한다. 그러니 ‘돈 많으면 뭐해. 나이 들면 다 죽는걸” 같은 중산층적인 자기 위안은 접어두어야 한다. <인 타임>의 주인공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우연한 기회에 이 시스템의 모순을 알게 되고, 부유층으로부터 시간을 탈환하려고 고군분투한다. <엘리시움>의 맥스와 마찬가지로 윌에게 주어진 사명 역시 결국 지구를 ‘깨뜨리는’ 행위다. 빈부격차가 이토록 극심화되는 세상이 우리 앞에 닥친 이상, 이제 기필코 지구를 구하겠다고 나서는 블록버스터 속 결연한 영웅들도 곧 멸종될지 모르겠다.
<톱스타> 감독 박중훈 / 출연 엄태웅, 김민준, 소이현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 배우로 보고 느낀 대한민국 연예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극화했다. 뺑소니 사고를 낸 스타 원준(김민준)의 범행을 묵인하는 대신, 배우가 될 기회를 얻은 매니저 태식(엄태웅)이 갑작스레 톱스타의 자리에 오르면서 벌어지는 파국을 그린다.
<뷰티풀 라이즈> 감독 피에르 살바도리 / 출연 오드리 토투, 내털리 베이, 사미 부아질라 오드리 토투라서 할 수 있는 상큼한 거짓말. 사랑을 잃은 엄마와 사랑을 믿지 않는 딸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꼬인 사연. 익명의 러브레터 한통을 두고 전개되는 웃지 못할 로맨스. 프랑스 시골의 한적한 마을을 배경으로 한 아주 독특한 로맨스가 펼쳐진다.
<백설공주: 또 다른 이야기> 감독 레이첼 골덴버그 / 출연 엘리자 베넷, 제인 마치, 제이미 토머스 킹 백설공주의 액션 어브벤처적 장르 변주. 왕비의 계략에 속수무책 손 놓은 착한 백설공주 대신, 엘프와 함께 화끈하게 복수를 위해 달리는 액션 여전사 백설공주가 등장했다. 동화 각색 작업에 열을 올린 할리우드가 내놓은 또 한편의 판타지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