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신촌살인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집을 나올 때 지갑 빠트린 건 몰라도 스마트폰 놔두고 온 건 바로 알아챈다. (웃음) 뭐랄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뭔가에 질질 끌려다니는 느낌이다. 지금 10대들을 보면 스마트폰이 단순한 통신수단 이상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이룬 것 같다. <공각기동대>나 <매트릭스>에서 얘기하던 세계가 정말 완전한 현실이 됐다고나 할까. 영화 속의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아이들이 서로의 존재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 있다. 하지만 다들 서로에 대해 답을 잘 하지 못한다. 실제로 그 사건의 담당 형사들과 아이들을 취조했던 심리분석관을 만나봐도, 사건의 주인공이었던 아이들의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더라. 물론 영화는 실제 사건과 좀 다르지만, 그들은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까, 그런 궁금증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 됐다.
-그런 접근방식에 있어 3D가 중요한 선택이었다고 느끼는지. =구스 반 산트의 10대 영화들인 <엘리펀트>(2003)나 <파라노이드 파크>(2007)를 보면, 그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으면서도 그 속에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처연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번 영화를 위해 3D를 선택하며 느낀 건, 작가의 시선이 개입되는 데 있어 굉장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다. 말하자면 내가 <라이프 오브 파이>(2012) 같은 3D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니까. 그야말로 냉혹하게 현실을 구현하는 방식으로서의 3D를 고민했다. 동시에 사건을 구현하는 감독의 ‘태도’는 존재하지만 ‘시선’은 개입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렇게 3D는 그 세계 안의 인물들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실제 작업환경 측면에서의 변화는 어떤가. =일단 카메라의 몸체가 커서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고 당연히 기동성도 떨어진다. 또한 조명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가령 2D로 촬영할 때 빛이 반사되어 예뻐 보이는 컷들이 3D로는 에러다. 화면 심도 문제로 종종 포기하게 되는 앵글도 생겨난다. 그렇게 기술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당신의 영화는 지금껏 운동 이미지가 강한 영화들이었다. 그런 점에서 3D에 끌린 측면도 있나. =사실 나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3D에 열광한 편이 아니었다. (웃음)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느낀 건, 단순한 시각효과 이상으로 분명히 3D이기 때문에 가능한 리얼리즘과 감동의 세계가 있다는 거였다. 가령 같은 공간이라도 성인과 아이들이 보는 사이즈는 다르다. 그래서 <유령>에서 아이들의 폭력이 벌어지는 순간에 3D 입체감을 강하게 줘서 마치 그 상황이 미니어처처럼 보인다. 자칫 지나친 3D 소격효과가 날 수도 있는 선택이긴 하지만, 그 위험한 순간을 마치 아이들의 장난처럼 보여주고 싶은 의도도 있었고,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그대로 담고픈 목표도 있었다. 성공적이다 아니다 하는 판단을 떠나 적극적으로 그 효과를 활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말하자면 나는 <주먹이 운다>(2005)나 <부당거래>(2010)처럼 내 영화 중에서 그나마 덜 장르적인 영화들을 3D로 만들고 싶다. 내가 연구하고 해석해보고 싶은 3D는 바로 그쪽이다.
-3D 입체영화의 미래가 어떠할 것이라 생각하나. =며칠 주진우 <시사IN> 기자의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고 <베를린>(2013)의 ‘하 배우’가 만든 <롤러코스터>도 봐야 해서(웃음), 너무 보고 싶은데 못 본 영화가 바로 <그래비티>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 같은 경우는 창작자로서 3D가 강력한 무기가 될 만한 사람이다. 전작 <칠드런 오브 맨>(2006)의 마지막 장면이 3D로 구현된다면 정말 경이롭지 않겠는가. 영화가 결국 ‘공간’을 다루는 예술이라면, 3D영화는 평면에서의 가로, 세로 비율을 떠나 ‘심도’의 문제를 더한다. 영화가 결국 미장센을 통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라면 그 미장센의 개념이 중요한 변화를 맞게 된 거다. 그리하여 3D는 영화의 연출도 변화시킬 것이고, 그만의 미학도 담보할 것이다. 창작자로서도 관객으로서도 흥미진진한 미래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