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TV시리즈들로 시청자들이 행복한 가을 시즌이 시작됐다. 한편으론 파일럿 방송의 시청률을 토대로 봄여름 동안 준비한 시리즈의 생사가 결정되는 살벌한 계절이기도 하다. 새 시리즈들이 대부분 데뷔를 마친 올가을은 다른 해보다 유난히 호러 장르가 눈에 띈다. <베이츠 모텔>(<A&E>)과 <한니발>(<NBC>)이 가을 시즌 시작 전 <싸이코> <양들의 침묵> 등 잘 알려진 공포물의 프리퀄로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뒤 방송사들은 본격적으로 비슷한 스타일의 장르물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NBC>는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를 내세워 <드라큘라>를, <FOX>는 <슬리피 할로우>를 준비했다. 두 이야기 모두 이미 익숙한 전설을 현대에 되살리는 유행을 이어간다. 팀 버튼의 <슬리피 할로우>나 브람 스토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드라큘라>와 공유하는 플롯이 거의 없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원작을 통해 잘 알려진 캐릭터를 빌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시즌마다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오는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FX>)는 시즌3에서 ‘마녀들의 집회’라는 부제를 달고 방영을 시작했다. 제시카 랭, 에반 피터스, 릴리 랩 등 전편에 출연했던 고정출연진이 새로운 역할을 맡아 돌아왔고, 캐시 베이츠가 가세해 탄탄한 재미를 더했다. 시즌3는 중세의 마녀사냥 이후 숨어 살아온 마녀들이 주인공이며, 마녀학교의 기숙사가 새 시즌의 공간적 배경이 됐다. 마녀와 주술이 테마인 TV시리즈가 하나 더 있다. <드롭 데드 디바> <디비어스 메이즈> 등 여성 시청자를 타깃으로 한 오리지널 TV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제작 및 방영해온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의 <위치스 오브 이스트 엔드>다. 할리퀸 로맨스에 소프오페라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여성 관객을 겨냥한 노림수가 엿보인다. 줄리아 오몬드, 제나 드완 테이텀 등이 출연한다.
드라큘라와 늑대인간의 인기도 여전하다. <뱀파이어 다이어리>로 재미를 본 <CW>는 지난해 지지부진한 성적을 낸 <하트 오브 딕시>와 <에밀리 오웬스 M. D.> 등 로맨틱코미디류를 정리하고 <더 오리지널스>라는 미 대륙에 가장 처음 정착한 뱀파이어 가문의 이야기를 들고 왔다. 늑대인간과 마녀도 물론 나온다. <원스 어폰 어 타임>(<ABC>)은 스핀오프편으로 돌아온 가운데, 판타지 호러 장르에 대한 할리우드의 사랑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