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정부가 영화산업을 몰살하려 한다.”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가 정부를 향해 비판의 날을 세웠다. 최근 스페인 정부는 자국영화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덧붙여 크리스토발 몬토로 재무장관은 현재 스페인 영화산업이 직면한 문제는 세금과 투자가 아니라 질 낮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영화인들을 자극했다.
스페인 영화계는 이를 집권 보수당인 국민당이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온 영화계에 복수를 감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엔리크 곤잘레스 마초 스페인 영화아카데미 원장은 “이것은 명백히 정치적 동기로 이루어진 결정”이라며 국민당을 비판했다. “계속된 경기 침체로 재정적 지원을 축소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터무니없이 대폭적으로 지원을 삭감하면 스페인 영화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 창의적인 감독들이 더이상 스페인에 발붙이지 않을 수도 있다.” 지난 4년간 스페인 영화발전기금은 절반으로 줄었다. 그와 맞물려 자국영화 제작 편수는 지난해에 비해 28%나 줄어들었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스페인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대폭 인상했다. 영화티켓에 포함된 부가가치세는 21%. 참고로 프랑스 영화티켓의 부가가치세는 7%, 이탈리아는 10%, 독일은 11%다. 세금이 늘면서 자연스레 서민들의 소비가 위축됐다. 관객의 발길이 줄어들자 전국의 수많은 극장이 문을 닫았다. 영화계에서만 수백개의 일자리가 사라져버렸다.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스페인 영화인들의 불만은 점점 분노로 바뀌고 있는 실정이다. 페르난도 트루에바 감독은 “정부는 스페인 영화인들을 정치적으로 제거해야 할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거칠게 항의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2003년 이라크 전쟁이 발발했을 때 스페인 영화계는 전쟁에 반대했다. 그 뒤부터 스페인 영화계는 국민당의 최우선 기피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호세 이그나시오 웨르트 문화부 장관은 “영화산업의 올바른 재정 모델을 구축하려 하는 것이다. 국가 보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태도다”라고 정부의 입장을 전했다. 당분간은 스페인 영화산업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