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가 야마자키 마리의 프로필. ‘1967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14살 때 만난 이탈리아 도예가의 손자(이탈리아인)와 결혼하여 중동,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지에 살다가 2011년 현재 남편의 부임지인 시카고에서 살고 있다. <테르마이 로마이>로 2010년 일본 만화대상, 제14회 데즈카오사무문화상 단편상을 받았다.’ 그리하여 일본제 우스터 소스를 좋아해 오코노미야키나 다코야키를 잔뜩 먹어치우는 남편과의 이야기나 이탈리아 유학 시절 이야기를 그리는 것만으로도 책 한권이 되는 (부러운) 작가다. 피자나 파스타를 파는 가게나 체인점이 동네 골목까지 들어와 있는 한국에서 이탈리아 요리라는 것은 본토보다 일본의 스타일을 따르는 경우가 많으니, <식사는 하셨어요?>와 공감의 폭이 깊다. 고대 로마의 목욕탕 설계기사가 현대 일본으로 타임슬립해 진보한 목욕문화를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테르마이 로마이>(아베 히로시 주연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를 쓰고 그린 엉뚱한 상상력의 그녀이니만큼 웃음도 보장한다. 예컨대 이 책에 등장하는 첫 번째 메뉴. 일본식 이탈리아 음식의 핵심이자 한국에도 널리 전파되었으나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구경할 수 없는 ‘나폴리탄 스파게티’가 바로 그것이다. 피렌체에서 이탈리아인 세명과 함께 아파트를 나눠쓰게 된 야마자키 마리. 그중 두 사람은 나폴리 출신의 대학생 커플이었다. 야마자키는 “케첩과 피망, 소시지를 넣고 만드는” 나폴리탄 스파게티에 대해 말하고, 케첩을 넣는다는 말에 분개한 나폴리 출신 이탈리아인 티나가 겉보기엔 다를 바 없는 ‘아마트리치아나 스파게티’를 만들어준다. 티나가 일본식 나폴리탄을 맛있게 먹으며 더 분개하는 대목은 ‘ㅋ’ 다섯개짜리 명장면. 시댁 식구들이 이탈리아인이라 알게 되는 레시피들도 당연히 등장하는데, 시아버지가 치즈의 종류를 여성에 비유하는 대목의 느끼함을 넘기고 나면 흰곰팡이치즈 토미노를 올리브 오일에 굽는 장면이나 갓 만들어 따뜻한 리코타치즈같은 한국에서 맛보기 힘든 음식들이 등장한다. 유럽에서 외로움을 달래느라 누텔라(헤이즐넛과 초콜릿을 섞어 만든 잼) 중독에 시달려본 사람이라면 축구선수 토티의 누텔라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를 반드시 읽어보시라. 웃겨서 울고 배고파서 운다.
[도서] 본격 배고파지는 만화
글
이다혜
2013-09-26
<식사는 하셨어요?> 야마자키 마리 지음 / 애니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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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본격 배고파지는 만화 <식사는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