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실험, 열정, 비전을 기치로 내건 한국 독립애니메이션의 축제 인디애니페스트가 제9회를 맞았다. 올해에는 국내의 기성 및 신인 작가의 작품과 해외 유명 애니메이션 초청작 등 총 133편이 상영된다. ‘생기가 담긴 움직임의 환영’인 애니메이션을 통해 동시대 한국 애니의 예술적이고 기술적인 성취를 만나는 한편, 동시대 가장 촉망받는 해외 애니메이터들을 만날 수 있는 2013 인디애니페스트 추천작과 주목할 만한 프로그램을 조명해본다.
독립보행 섹션은 다양한 소재와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두 신사>(박재옥)는 르네 마그리트의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 앞에 선 두 신사의 코믹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뚱뚱이와 홀쭉이 두 신사가 겪는 상식과 비상식이 뒤얽힌 코믹한 이야기는 평면적이고도 질감이 돋보이는 스케치 덕에 심플하고 모던한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클래식 카툰을 연상시키는 기품 있는 작화도 인상적이다. <맞춤희곡>(최진성)은 추억의 씨실이 되는 한 소녀를 따라가는 남자의 기억을 몽환적으로 다룬 애니 뮤직비디오다. 최진성 감독은 현재 동일 제목의 장편애니를 기획하고 있다니 미리 환상적이고 독창적인 세계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한편 장편 <마리이야기>(2002), <천년여우 여우비>(2006)의 이성강 감독의 신작 단편 <저수지의 괴물>은 한 가지 색깔의 연필로 단독 제작한 작품으로 주목을 끈다. 반려동물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을 서정적으로 시각화한 <학교가는 길>은 2010년 인디애니페스트 대상 수상 작가 한지원 감독의 신작이다.
애니메이션을 전공하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새벽보행 섹션에도 반짝이는 작품들이 많다. 최근 SICAF영화제에서 학생부문상과 심사위원 특별상을 수상한 <나무의 시간>(정다희)은 주제와 형식이 잘 어우러진 수작이다. 국내 다른 영화제를 통해 호평받은 작품인 <바람이 지나는 길>(김주임)이나 <Piece, Piece>(박재인), <An Errand>(김나흔) 등도 상영되니 기회를 놓친 관객에게는 좋은 관람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해외 스페셜 섹션에서는 네덜란드 애니메이션과 엠마 & 마크의 작품 세계를 특집으로 다룬다. 최근 양모펠트를 사용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오 윌리>로 슈투트가르트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 및 해외 유수 애니 페스티벌에서 주목받고 있는 듀오 애니메이터 엠마 & 마크는 벨기에 출신의 애니메이터 콤비다. 둘이 협업해 첫번째로 완성한 작품인 <오 윌리>는 50대 사무직 뚱보 윌리의 기이한 환상적 모험을 다룬다. 펠트인형의 스톱모션 기법은 엠마의 단독 작품 <몽상>(2007)과도 연결되는데, 두 작품 모두 이번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더불어<웨이 홈>(2007),<사과를 먹는 방법>(2011) 등 자신의 8개 단편과 함께 진행되는 픽사 애니메이터 에릭 오 감독의 마스터클래스도 준비돼 있다.
국내 제작된 다양한 스톱모션애니메이션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기회도 마련된다. 국내 초청 섹션에서는 컴퓨터 작업과 달리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아날로그적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인형, 클레이, 오브제 애니메이션 작품과 커머셜 작품 등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인다. 더불어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작가전인 ‘시각(視角)과 시각(時刻) 사이 전’, 원화와 소품 등 작품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는 ‘Beyond Screen전’, 참여자가 함께 조트로프, 클레이/컷아웃/픽실레이션 애니메이션 등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날애니스튜디오’, ‘애니백일장’ 등의 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독창적인 한국 독립 애니와 활기 넘치는 체험 프로그램이 선보이는 제9회 인디애니페스트는 9월26일(목)부터 9월 30일(월)까지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