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에서 두 번째부터 감독 이돈구, 배우 양조아, 남연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초로 소개되고,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을 받았던 이돈구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 <가시꽃>의 시네마톡이 8월20일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열렸다. <가시꽃>은 친구들의 압박으로 인해 성폭행에 가담하게 된 성공(남연우)이 시간이 흘러 피해자 장미(양조아)를 다시 만나게 된 뒤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순수 제작비 300만원의 초저예산영화’라는 사실로 이목을 끌었지만 강렬한 주제의식과 충격적인 결말로 더 많은 화제를 낳고 있는 작품이다.
시네마톡의 진행을 맡은 이화정 기자는 “단 10회차의 촬영으로 완성된 영화라는 사실이 놀랍다”는 말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또한 “초반부터 관객을 제압하는 느낌이 좋았고 좁은 공간을 활용해 극중의 답답한 공기를 잘 표현했다”는 촌평을 달았다. 이 감독은 “매스컴을 통해 성폭행 사건의 뉴스를 접하고, 그에 대한 이 사회의 처벌 방식이 타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고 “영화에 나오는 원초적인 처벌 방식이 정당한지 아닌지를 관객에게 묻고 싶었다”는 말로 연출 의도를 소개했다.
“명백한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데도 성공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표현한 이유가 궁금하다”는 이화정 기자의 질문에 이 감독은 “등장인물들 가운데 책임감을 가지고 속죄의 행위를 실행할 수 있는 인물은 성공밖에 없었고,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인 성공의 캐릭터가 가장 입체적으로 다가왔다”고 설명했다. 이에 성공을 연기한 배우 남연우는 “캐릭터를 분석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성공을 연기할 때엔 슬픈 감정을 드러낼 수 없어 많이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시네마톡에 함께 참석한 두 주연배우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기 전부터 출연을 확정지었다”며 감독에 대한 신뢰를 표현했다. “많은 대화를 나누며 함께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심지어 성공이라는 이름도 배우가 직접 지어왔다.” 두 사람은 <가시꽃>을 마치고 단편영화 <이 별에 필요한>(감독 김용완)에 함께 출연했고, 작품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면서 2년 연속으로 영화제에 참여하게 됐다.
대화의 흐름은 다시 ‘제작비 300만원’이라는 내용으로 돌아온다. 감독을 포함해 “4명의 현장스탭들만으로 영화를 촬영했고, 300만원의 예산 중 6만원이 남아 회식까지 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이 영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 같아 숨겨왔었다”고 전한다. “내가 죄를 지은 건 아니잖나. 이제는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밝히게 됐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절박한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웃음)” 이돈구 감독의 다음 작품은 <현기증>이라는 제목의 장편영화이며 내년에 관객과 만날 예정으로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