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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파리지앵을 위한 특별보양식

바캉스 시즌에 개봉한 아르노 데 팔리에르 감독의 <미카엘 콜하스>

<미카엘 콜하스>

8월의 파리 극장가는 뭐랄까… 화려한 듯하지만 심심하다. 대부분의 파리지앵들이 바캉스를 떠나버리는 까닭에 기대작들은 여러 버전의 예고편을 슬쩍 흘리면서 애간장을 태우지만 정작 본편은 9월이나 10월이 되어야만 개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다 보니 휴가를 안(또는 ‘못’) 떠나고 도시에 남아 극장가를 전전하는 이들이 두배로 상실감을 느끼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스크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B급 공포영화, 어린이용 애니메이션, 복원된 클래식들 사이로 가끔씩 새로 개봉하는 프랑스영화들도 있다. 그중 하나가 클레어 드니의 <바스터즈>다. 지난 2008년 <백인의 것> 이후 5년 만에 개봉하는 그녀의 작품은 파리에 남아 있는 시네필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끔찍하게 무거운 영화의 주제 때문에 평론지들이 ‘절대로 가족과 함께 보러가지 말 것’, ‘기분 풀 목적이라면 반드시 피해야 할 영화’라는 문구를 거침없이 써버려서 많은 관객이 관람을 주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특별히 입맛 당기는 메뉴가 없는 심심한 파리의 극장가에 아르노 데 팔리에르 감독의 <미카엘 콜하스>가 지난 8월14일 등장해 평단과 관객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더 헌트>로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매즈 미켈슨이 주연한 이 작품은, 1810년에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간단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16세기 프랑스 세벤 지방에서 말을 길러 파는 상인인 콜하스는,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지방의 성주로부터 ‘정의’를 찾기 위해 법적 대응을 시도한다. 그러나 그 대가는 아내의 처참한 죽음이다. 이에 분노한 콜하스는 농민들과 함께 무장봉기하고 결국 그가 집요하게 갈구해온 정의를 얻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그의 삶은 이미 파국으로 치달아 있다. 이 영화의 매력은 프랑스 세벤 지방의 아름답지만 스산한 자연 풍경과 등장인물의 육체를 표현주의와 인상주의 회화처럼 묘사해냈다는 점이다. 더불어 시대극 형태로 초시간적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주연배우 매즈 미켈슨, 루터로 분한 배우 드니 라방의 섬세한 연기도 지루했던 8월 극장가의 별미가 되어주기에 손색이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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