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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의식과 죄책감 <가시꽃>

고등학생인 성공(남연우)은 친구들과 함께 장미(양조아)를 집단 성폭행한다. 성공은 거부하지만 친구들의 폭력과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장미를 성폭행한 것. 10년 뒤 성공은 소규모 의류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성공은 교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장미를 만나게 된다. 장미 역시 그때의 충격으로 자물쇠를 몇겹이나 채우고 살며 교복 입은 남자들이 말만 걸어와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성공은 그녀를 지켜주리라 결심하고 그녀의 곁에 머문다.

영화의 시작 장면, 핸드헬드로 흔들리는 카메라는 긴장감을 유발하며 생생한 현장감을 잡아낸다. 그 밀도 속에서 성공은 폭력을 당하는 피해자이면서도 장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가해자가 된다. 영화는 매일 우리를 스치는 기삿거리로 전락해버린 사건을 뒤로 돌려놓고 시작한다. 이후 영화의 밀도를 유지하고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된 추동력은 캐릭터다. 영화는 초반, 성공의 캐릭터에 많은 투자를 한다. 성공은 5년 동안 지각 한번 하지 않았으며 돈 있냐는 친구의 말에 돈 많다며 몇 만원을 꺼낸다. 교회에 나오라는 사람들의 말에 “왜요?”라고 물으며 길에서 넘어지기까지 한다. 무엇인가 빠져 있고 어설퍼서 바보처럼 보이는 성공에 비해 장미는 지나치게 친절하고 밝다. 영화는 주인공인 성공이나 장미를 예쁘거나 똑똑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한 성공의 캐릭터는 그의 행동이 어떻게 진행될지 긴장감과 호기심을 지속해서 만들어내고 영화를 단단하고 풍부하게 만든다. 팽팽하게 이어지던 밀도는 성공의 단죄 이후 결말을 향해 달려가기만 하는 후반부에서 떨어지지만 결말 부분에서 다시 그 밀도를 회복한다.

<가시꽃>은 죄보다는 죄의식과 죄책감을 중심으로 다루는 영화다. 따라서 범죄 행위 그 자체와 그것에 대한 처벌에 초점을 맞추는 범죄영화들과 달리 가해자가 느끼는 죄책감과 피해자가 겪는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죄의식은 죄를 대상화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아이들과 동물들은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처벌할 수가 없다. 영화는 금지와 위반, 죄와 대속, 용서와 구원에 대한 질문을 인간의 근원으로 파고들어 그 근원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흔하게 도식화되어 있지만 인간은 악해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인가? 성공의 바보 같고 어설픈 캐릭터는 극대화되어 있다. 착해 보이기만 하던 장미도 어느 순간 내면의 분노가 무섭게 치고 나온다. 영화가 던지는 묵직한 질문과 함께 치기어림이 치기어림으로 끝나지 않고 호흡과 밀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분명한 감독의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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