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3일, 프랑스는 유럽국가 중에서는 9번째, 전세계에서는 14번째로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했다. 하지만 이 법안, 일명 ‘모두를 위한 결혼’의 무효화를 주장하는 보수진영의 반격은 여전히 거세고, 이에 맞서는 여러 사회단체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는 올해 칸영화제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대표적으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어 퀴어종려상을 수상한 알랭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과 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의 <아델의 삶-1&2>는 각각 게이, 레즈비언의 자연스러운 욕망과 삶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두 작품은 이제 영화제의 보호막을 떠나 대중과 만나기 위해 극장가로 나왔거나 만남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칸에서 승승장구했던 이 두 영화의 향후가 그리 밝지만은 않은 듯하다.
먼저, 기로디 감독의 <호수의 이방인>은 지난 6월12일 프랑스에서 전국 개봉해 평단에서 환호에 가까운 평을 받고 있다(이 영화는 프랑스 영화지 <카이에 뒤 시네마>가 지난 몇년간 별점 다섯개를 준 몇 안되는 작품 중 하나다). 하지만 이 영화는 16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베르사유와 생클로드 등 일부 도시에서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포스터를 모조리 철거하라는 요구를 받아야 했다. 이를 계기로 동성결혼을 반대/지지하는 두 그룹은, 프랑스 극우파 국민전선당의 본거지가 있는 생클로드 시청 앞에서 서로에게 심하게 욕설을 하며 격돌했다. 이에 알랭 기로디 감독은 “동성결혼법안이 최근에 통과되지 않았더라면, 내 영화 포스터에 딴죽을 걸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며 상황의 아이러니함에 탄식했다. 그리고 덧붙여 자신의 영화는 성의 자유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고 있을 뿐 성을 제도화하는 결혼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호수의 이방인>의 사태를 염두에 둔 것인지,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쪽은 10월 초에 프랑스 개봉을 앞둔 <아델의 삶-1&2>가 16세 관람불가 판정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몇 장면을 삭제할 예정이라고 미리 입장을 밝혔다. 기로디와 케시시 감독은 각자 언론과 인터뷰에서 영화가 전달하려는 중요한 메시지는 보편성, 정상성, 그리고 성의 자유라고 강조했지만 이들의 연출 의도는 당분간 ‘모두를 위한 결혼’ 법안에 대한 뜨거운 찬반 시위에 묻히게 될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