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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가 반한 영화

안방극장의 신세계 VOD로 만나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는 영화들

<캐리>

‘귀차니즘’이 엄습할 때, 극장보다 손쉽고 매력적인 피서지가 있다. VOD 영화관이다. 따끈따끈한 미개봉작부터 고전영화까지, 열 극장 안 부러운 선택지를 자랑한다. 다만 최신 VOD 직행 타이틀은 <씨네21> 883호 특집과 905호 기획 기사에서 모두 다룬 바 있어, 여기서는 재발견의 묘미가 있는 클래식들을 소개한다.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지고 있거나 곧 만들어질 리메이크영화들의 원작 5편이다. 이가 시리고 등골이 서늘해질 작품도 여럿 있다.

<캐리>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 / 출연 시시 스페이섹, 파이퍼 로리 / 제작연도 1976년

히치콕의 망령에 사로잡힌 미국 작가 감독 브라이언 드 팔마가 스티븐 킹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그는 고등학생이 되어서야 생리를 시작한 왕따 소녀 캐리의 내면 세계를 끔찍하도록 순결한 하얀색과 끈적끈적한 빨간색으로 그려냈다. 생리에 덤으로 염력까지 얻은 그녀가 억압적인 어머니와 또래 친구들을 불사르는 마지막까지, 농밀한 공포는 계속된다. 특히 시시 스페이섹의 기이한 인상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올해 10월 미국 개봉예정인 <캐리>의 크로 모레츠는 그 인상을 어떻게 풀어낼지 상상하며 봐도 좋다.

<애니> 감독 존 휴스턴 / 출연 아일린 퀸, 앨버트 피니 / 제작연도 1982년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번안한 영화 <애니>를 할리우드 황금기 작가 존 휴스턴의 영화로 기억하는 이는 드물다. 그 당당함이 사랑스러운 소녀 캐릭터 자체로 훨씬 유명한 작품이다. 고아원에서 자라 부유한 가문에 입양된 뒤에도 언젠가는 친부모를 찾으리란 희망을 버리지 않는 그녀는, 어른들의 세계에 쉽게 휩쓸리는 법이 없다. 그녀만의 에너지가 이 뮤지컬영화의 보물이다. 2014년 개봉예정인 <애니>에서는 <비스트>에서 눈부신 생명력을 보여줬던 소녀 배우 쿠벤자네 왈리스가 아일린 퀸을 대신한다.

<이블 데드> 감독 샘 레이미 / 출연 브루스 캠벨 / 제작연도 1981년

요즘 영화 팬들에게는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감독으로 더 유명한 샘 레이미지만, 그의 시작은 훨씬 살벌했다. 그의 초심을 확인하고 싶다면, 저예산 호러의 저력을 확인시키며 프랜차이즈로 거듭난 <이블 데드>를 봐야 한다. 산속의 오두막에 갇힌 다섯 친구들이 차례로 귀신에 들려 서로를 죽고 죽이는 이야기. 설정만으로는 흔한 공포영화 같다. 하지만 총천연색 물감을 덕지덕지 바른 인간 괴물들이 벌이는 징글징글하고도 코믹한 살육전은, 2013년판 <이블 데드>도 감히 따라잡기 힘들지 않을까.

<해저 2만리>

<크로우> 감독 알렉스 프로야스 / 출연 브랜든 리 / 제작연도 1994년

브루스 리의 아들 브랜든 리의 유작이기도 한 <크로우>는, 까마귀의 도움으로 죽음에서 깨어난 사내가 자신의 연인을 살해한 갱단에 가하는 잔혹한 복수극이다. 이중 주목할 것은 스타일. ‘고스룩’으로 치장한 인물들과 쇳내가 느껴지는 듯한 액션, 광기의 복수극에 걸맞은 메탈릭한 선율까지, 하나의 스타일을 분명히 전달하는 작품이다. 브랜든 리를 대신할 이로 루크 에반스가 낙점된 가운데, 리메이크 버전은 오리지널만이 지닌 분위기를 어떻게 재해석할지 기다려보자.

<해저 2만리> 감독 리처드 플레이셔 / 출연 커크 더글러스 / 제작연도 1954년

“우주적인 상상력”을 지닌 작가 쥘 베른의 <해저 2만리>는 1916년부터 영화, TV시리즈 등으로 다양하게 해석돼왔다. 소문 속의 해저 괴물을 찾아나선 주인공들이나 19세기에 잠수함을 이끌고 심연의 바닷길을 누비는 네모 선장을 동경한 감독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리처드 플레이셔 감독의 1954년작은 원작에 가장 충실한 작품으로 꼽힌다. 1950년대 할리우드 특수효과의 신기원도 확인할 수 있다. 그 ‘신비의 세계’를 3D로 경험하면 어떨까. 머지않은 미래, 데이비드 핀처의 리메이크 버전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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