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자원 채취로 크립톤 행성의 종말이 다가오자 조드 장군(마이클 섀넌)은 반란을 일으켜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하려 한다. 이에 반대한 조엘(러셀 크로)은 크립톤인의 모든 유전자 정보가 담긴 ‘코덱스’를 빼돌려 이를 갓 태어난 자신의 아들 칼엘과 함께 지구로 보내고, 결국 반란에 실패한 조드 장군은 우주감옥에 갇힌다. 한편 지구에 도착한 칼엘은 자신의 능력 때문에 혹독한 사춘기 시절을 보내다 뒤늦게 자신의 정체를 알아내지만 그 순간 감옥에서 탈출한 조드 장군의 공격을 받는다. 조드 장군은 코덱스를 되찾아 지구에 새로운 왕국을 건설하려 하고 이제 칼엘, 아니 클라크 켄트(헨리 카빌)는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던 지구인을 지키기 위해 조드 장군과 전면 승부를 벌인다.
두명의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출을 맡은 잭 스나이더와 제작을 맡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그들이다.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주인공의 딜레마를 정면으로 다루는 진중한 분위기에서는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향이 느껴지고, CG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액션 신의 연출에서는 한눈에 봐도 잭 스나이더의 솜씨가 느껴진다. 즉 <맨 오브 스틸>은 과거의 상처를 마음에 간직한 심각한 표정의 슈퍼맨이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CG를 배경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싸움을 벌이는 영화다.
하지만 이 두 요소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다. 크립톤 행성의 역사에서부터 슈퍼맨의 어린 시절, 그리고 최후의 대결을 2시간23분 동안 전부 그리기는 부족했던 것일까. 전반부는 정보 전달을 위해 기능적으로만 흘러가고 마지막 액션 신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드라마와 동떨어진 느낌을 준다. 다양한 정보는 이야기로 수렴되지 못하고, 인물들은 어느 순간 싸움기계처럼 변해버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