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요원과 북한 특수요원의 대결을 그린 3번 에피소드. 고수의 대결답게 서울액션스쿨팀은 실전 무술을 선보였다.
1 대 다수 액션을 선보였던 2번 에피소드. 한명이 수적으로 열세한 상황에서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할 수 있는 지략이 필요한 액션 상황이다.
배운 걸 직접 해볼 차례인데 난감하다. 있을 줄 알았던 사각의 링 이(있을 리가) 없다. 오리엔테이션 때 경찰서 세트장이라는 사실을 공지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생각으로 시나리오 쓸 때 공간을 링으로 설정한 것일까. 작가 잘못 만나 스탭들이 고생이다. 결국 세트장에 맞게 시나리오를 싹 바꿔야 했다. 함께 작업을 하게 된 서울액션스쿨 권귀덕(<우린 액션배우다> 출연, <내가 살인범이다> 조감독) 무술감독이 그때 제안했다. “유치장에 들어온 성훈과 영수가 서로를 노려보다가 상상 속에서 UFC 대결을 하는 게 어떤가? 상상이니까 경찰서에서 UFC 시합을 하는 게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오, 마이 구세주! 그의 아이디어대로라면 무술팀이 준비해온 액션 콘티를 대폭 수정하지 않고, 성훈과 영수가 유치장 안에서 시비를 붙는 상황만 설득력있게 덧붙이면 된다.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다.
유치장 신은 맨 마지막에 찍기로 하고 무술감독이 준비해온 액션 콘티부터 확인했다. 서울액션스쿨팀 최충렬과 주창욱은 펀치, 킥, 그라운드 기술 등 UFC의 모든 기술을 선보이며 성훈과 영수의 시합을 그대로 펼쳐 보였다. 화려하고, 박진감이 넘쳤다. 그런데 액션 합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고 복잡해 보였다. 장한승 무술감독은 “편집에서 컷을 붙여보면 겨우 몇초밖에 안되는 합”이란다. 같은 조 임성운 감독은 “처음에는 성훈과 영수가 접전을 벌인다. 영수가 성훈의 약점을 노리면서 몰아붙인다. 성훈은 자신의 약점을 노리고 들어오는 영수의 움직임을 역이용해 한방을 날린다. 세 가지 포인트를 살려줄 것”을 무술감독에게 주문하고 나머지 액션은 무술팀의 콘티를 따르기로 결정했다.
2번 조가 박상현(맨 오른쪽) 무술감독과 액션 합을 논의하고 있다.
2번 조가 서울액션스쿨팀의 액션 콘티를 확인하고 있다.
두 선수가 경찰서 내부에서 UFC 시합을 펼치고 있고, 4번 조가 이 시합을 촬영하고 있다.
4번 조가 쓰러진 선수를 계속 가격하는 장면을 클로즈업숏으로 촬영하고 있다.
하지만 촬영에 들어가자 배우의 액션을 어떻게 찍을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동작의 어느 선부터 어느 선까지를 마스터숏(어떤 동작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찍는 숏)으로 담아야 할지, 어떤 공격을 클로즈업으로 강조해야 할지, 동작의 어떤 부분에서 컷을 외쳐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그럴 때마다 배우들은 같은 동작을 여러 번 반복해야 했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몸은 지쳐갔다.
일정이 종료되는 오후 6시가 되자 장한승 무술감독은 몇 가지 힌트를 던져주며 촬영을 마무리했다. “액션영화의 컷 분할을 어려워하는 것 같다. 숏과 리버스숏으로 번갈아 찍는 드라마의 대화 신처럼 접근하면 편할 것이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는 프로젝트인 만큼 경제적으로 찍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한 배 우의 액션을 몰아서 찍은 뒤 상대 배우의 액션을 찍는 방법이 있다. 그래야 배우들이 지치지 않는다. 아무리 화려한 액션 합일지라도 멀리서 찍는 숏은 그리 실감나지 않는다. 마스터숏을 먼저 찍은 뒤 신체의 여러 부위를 클로즈업으로 최대한 많이 찍어둬라. 단, 클로즈업숏은 큰 동작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박진감있게 담기니 배우에게 미리 클로즈업숏이라는 사실을 알려줘 체력 소모를 방지하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을 왜 이제야 얘기해주는 것인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참 생각없이 찍었구나 싶은 마음에 무척 부끄러웠다.
Tip3. 촬영감독의 중요성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보다 촬영감독이 누군지가 내게는 중요하다. 감독이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사람이라면 촬영감독은 그 상상물을 담아내고 포장하는 그릇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 맥락에서 무술감독의 역할 역시 촬영감독과 비슷하다. 무술감독과 촬영감독의 호흡이 잘 맞아야 훌륭한 액션 신이 탄생할 수 있다.” - 정두홍 무술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