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탐험하는 이 장대한 스페이스 오페라의 껍질을 벗기고 나면 아기자기한 멜로드라마가 보인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작품에서 가장 강력한 화학 반응은 다름 아닌 커크 선장과 그의 일등 항해사 스팍 사이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닮은 구석이라곤 없는 두 남자는 종족은 물론 성별마저 넘어선 교감을 선보인다. 다혈질에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커크 선장과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규칙과 논리를 따르는 스팍은 정반대의 캐릭터처럼 보이지만 둘은 언제나 서로를 필요로 하는 영혼의 반쪽이다. 때로는 자신의 진심을 이해해주지 않아 토라질 때도 있고 가끔은 서로의 연인을 향한 질투의 감정도 슬쩍 내비치지만 그래도 끝끝내 상대를 이해하는 진정한 로맨스의 끝.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믿을 수 없는 모험은 커크와 스팍의 끈끈한 유대 속에서 피어난다.
-<스타트렉 다크니스>의 주요한 뼈대는 커크와 스팍의 우정이다. 화면 밖에서도 커크와 스팍처럼 호흡이 잘 맞는 편인가. =크리스 파인_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캐릭터의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닮았는지 물어보는데 한편으로는 닮았고 한편으로는 전혀 다르다. 모든 사람들이 조금씩 커크처럼 직관적인 면도 있고 스팍처럼 이성적일 때도 있다. 커크와 스팍이 서로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배워나가는 것처럼 재커리와 나도 현장에서 서로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그와 닮아 있는 스스로에게 놀랐다. 재커리 퀸토_크리스는 좋은 친구다. 우리는 특별한 노력 없이도 서로를 잘 이해했고 서로의 연기에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 굳이 연기라는 의식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한마디로 궁합이 잘 맞았다.
-오프닝의 화산장면이 인상적이다. 촬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재커리 퀸토_하워드 휴스의 비행기 공장만 한 세트에서 촬영했다.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크기다. 육체적으로 힘든 건 별로 없었다. 46m를 계속 뛴 정도? 2m 높이에서 수십 차례 뛰어내리긴 했지만 완성된 화면에 비하면 그 정도는 고생이랄 것도 없다. 그보다 어려웠던 건 스팍을 이해하는 일이었다. 스팍은 감정이 없는 게 아니라 억제할 뿐이고 그 미묘한 선을 잡기 위해 애썼다.
-스팍은 전편에 이어 다시 한번 미래의 스팍에게 조언을 구한다. 미래의 자신들을 마주한다면 무엇을 물어보고 싶나. =재커리 퀸토_내가 상상하는 삶을 제대로 살아왔는지,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조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 크리스 파인_단 한마디면 족하다. “재미있었습니까?” 지금은 하루하루 후회없이 즐기고 있다. 시간날 때마다 그림도 그리고 이런저런 디자인도 해보고. 패션쪽에도 관심이 많다. 미술과 관련한 전반적인 것들에 흥미가 많다.
-대의를 위한 희생을 ‘논리적으로’ 실천하는 지구인 커크와 친구의 죽음 앞에 ‘감정을 폭발시키는’ 불칸인 스팍.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남자는 결국 서로 닮아간다. 불칸인이 거짓말을 하는 것과 지구인이 진실만을 말하는 것 중 무엇이 더 어려울까. =재커리 퀸토_인간은 종종 거짓을 말할 때도 있지만 항상 진실을 말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강조하건대 (스팍 목소리로) “불칸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웃음) 크리스 파인_(커크 목소리로) “스팍 일등 항해사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USS 엔터프라이즈호의 다른 승무원이 될 수 있다면 맡아보고 싶은 역할은. =크리스 파인_본즈 박사는 한번쯤 해봐도 좋을 것 같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게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그는 엄청나게 웃기다. 본인은 원치 않는다는 점이 특히 더. (웃음) 투덜거리는 그의 잔소리야말로 엔터프라이즈호의 활력이다. 재커리 퀸토_(등을 꼿꼿이 세우며 스팍 목소리로) 그 질문은 비논리적 이다. 나는 언제나 스팍이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