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한복판. 지하 5층, 지상 13층 규모의 신청사는 지난 1월12일 개관 이래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됐다. <말하는 건축, 시티:홀>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신청사 건립, 1년간의 기록이다. 외형으로만 판단했던 건물의 속내를 들여다보니, 서울시와 시공사, 건축가, 문화재청 등의 반목이 존재했다. 정재은 감독이 카메라에 담은 ‘시청’이라는 주인공은 결국 우리 사회를 둘러싼 정치와 행정, 역사적 관점의 차이다. 비판에만 열을 올렸던 우리를 대신해, 신청사 건축현장에 카메라를 들고 간 정재은 감독을 만났다.
-신청사에 대해서는 시민, 언론 모두 비판 일색이었다. =사람들은 막연히 신청사에 대해 ‘오세훈(전 서울시장)이 시켜서 이렇게 됐다’라고 비난한다. 서울시나 시공에 참여한 삼성물산이 추상화되는 거다. 그런데 막연한 비난과 비판만 한다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시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명명백백하게 보여주면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 싶었다.
-신청사 건축과 관련된 각 분야 인물들의 인터뷰가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신청사 설립 과정이 드러난다. 수위가 높은 이야기도 오가는데. =처음엔 서울시에 유건 선생님(서울시청 건축설계사)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는 명목으로 촬영 협조를 구했다. 서울시나 삼성물산이 언론에 건축 과정을 노출하지 않아 처음엔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많이 바뀌었다 싶었다. 건축가 집단은 공공건물의 건축 결정 과정이 공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고, 다른 쪽도 인터뷰에 대해 대체적으로 유연했다. 실무자들이 각자 하는 일에 대해 거리낌없이 밝힐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리적인 촬영 분량도 많았고, 해야 할 이야기도 많았다. 찍은 것을 덜어내야 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았나. =나는 마지막 1년을 기록했는데, 서울시청 만드는 7년의 역사 중 지난 6년을 어떤 기준으로 추려야 할지가 문제였다. 크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거기서 덜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인터뷰 분량만 400시간 정도 되니, 인터뷰컷은 200:1의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은 거다. (웃음) 빠진 부분도 많다. 건축전문가들이 보면 그 행간이 읽힐 것이고, 일반 관객은 정치적인 뉘앙스 같은 게 와닿을 것 같다.
-서울시청을 소재로 접근했던 처음과 작업을 마친 지금 생각의 변화가 있다면. =처음엔 나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 저 디자인을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편집을 마친 지금 보니, 건축이 외면의 형태만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라는 게 절실히 다가오더라. 건축물은 사회와 역사, 문화가 총체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모든 과정이 잘되어야 외관도 완성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그 질문을 결국 영화를 만드는 나에게도 돌려보게 된다.
-<말하는 건축가>에 이어 공교롭게 연작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됐다. 3편도 구상 중인가. =당장 세 번째 작품을 만들 것 같지는 않다. (웃음) 극영화 한편 하고 다시 생각해보려고 한다. 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자연스럽게 오가고 싶다. 다큐멘터리 작업이 주는 형식적 자유의 장점이 크다. 촬영을 하거나, 있는 소스들을 활용할 수도 있고, 제작도 큰 도움없이 직접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다큐멘터리가 가진 힘과 흡입력을 많이 느낀다. 연이은 다큐멘터리 작업을 통해 상업영화나 극영화를 할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한 자극도 많이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