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프터 어스> After Earth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출연 / 윌 스미스, 이사벨 펄먼, 제이든 스미스 / 수입, 배급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 스튜디오스코리아(주) / 개봉 5월30일
3072년,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전사 사이퍼 레이지(윌 스미스)와 아들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는, 그곳이 바로 인류가 떠나고 황폐해진 ‘지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버려진 지구를 정복한 생명체들은 예측 불가능한 모습으로 진화해 그들을 공격하고, 우주선에서 탈출한 외계 생명체 역시 무차별적인 전쟁을 감행한다. <애프터 어스>는 지구에 불시착한 아버지와 아들이 공격적으로 진화한 생명체들에 맞서 생존이 걸린 극한 대결을 펼치는 이야기다. 여기서 굳이 M. 나이트 샤말란의 전작 <라스트 에어벤더>(2010)의 악몽(?)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어린 소년의 사투’라는 점에서 비슷한 맥락이지만, 어쨌건 이 이야기는 그의 전작들 중 <빌리지>(2004)나 <해프닝>(2008)을 연상시키는 ‘종말론’적 세계 위에 있다. 그의 멋진 ‘역습’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랄까.
미래 설정 난이도 지수 – 비
3072년이 배경인 만큼 바뀐 환경에 대한 예습이 필요하다. 그때쯤이면 더이상 인류가 지구에서 살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인류는 여섯개의 방주를 타고 지구를 떠난다. 광속보다 더 빠른 속도로 100년간 이동한 뒤, 인류는 ‘노바 프라임’에 도착했고 처음부터 새로운 문명을 건설했다. 노바 프라임은 인류의 새로운 지구라 할 수 있다. 노바 프라임 정부는 크게 민간부문, 종교부문, 군사부문인 3개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대표 사이에 균형이 없다면 사회가 무너질 것이다. 그렇게 지구를 떠난 뒤, 지구의 매우 갑작스럽고 심한 변화로 사람이 살 수 없게 되었던 시간인 ‘AD’에서, 인류의 새로운 삶 ‘After Earth’를 반영한 시간 ‘AE’로 바뀌었다.
‘아빠 어디 가?’ 부자유친 지수 – 맑음
윌 스미스와 제이든 스미스 부자(父子)는 이미 <행복을 찾아서>(2006)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호흡을 맞춘 적 있다. 윌 스미스는 가난한 의료기 세일즈맨 아버지로 나와 아들로 함께 노숙자 시설과 지하철 화장실을 전전하며 살았다. 그런 결속력 때문인지 시나리오에는 없던 영화 속 ‘Knock-Knock’ 놀이는, 가브리엘 무치노 감독이 실제 그들이 촬영장에서 하는 놀이를 보고 삽입한 것이다. 그렇게 가진 것 없는 그들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살아가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지구에 뚝 떨어진 <애프터 어스>의 그들 또한 처한 환경이 별로 다르지 않다. 그래서인지, 한편으로 <더 로드>(2009)에서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세계에 살아남아 굶주림과 혹한을 피해 길을 떠나던 아버지와 아들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종말론 카리스마 지수 – 맑음
지구는 거대한 지진 활동으로 인해 땅의 구조가 변해갔다. 깨끗한 물은 부족해져갔고 대기 구성도 변해, 공기는 인간이 숨쉴 수 없을 정도로 독성을 띠게 됐다. 인류는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게 분명했다. 세계 정부가 소집되고 인간이 살 수 있는 새로운 행성을 찾아가도록 6개의 ‘아크’가 제작되는데, 수용인원이 정해져 있기에 인구의 0.001에도 못 미치는 사람들만이 남겨졌다. 이전까지 M. 나이트 샤말란의 세계를 설명하던 음모론과 종말론의 SF버전이라 부를 만한데, 그의 장기가 늘 ‘현재’ 시점에서 발휘되었던 점을 떠올려보면 <애프터 어스>가 그려낼 세계는 여전히 미지수다. 노바 프라임의 종교부문에서 기술의 악영향이 지구 파괴의 주된 원인으로 보고, 과학을 거부하며 영적인 기운을 신성시하는 모습 또한 ‘샤말란적’이다.
외계 종족과의 맞짱 스펙터클 지수 – 흐림
‘연합 레인저 부대’와 여러 외계 종족과의 대결이 영화의 핵심적인 볼거리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볼거리가 여전히 샤말란에게 어색한 것이 사실이다. 인류가 지구에서 떠나기 전, 평화를 유지하고 테러 위협과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최고의 특전용사들을 구성하게 되는데 레인저 생도는 집중 트레이닝 코스를 거쳐 정신적, 육체적으로 실력을 검증받아야 한다. 인류는 노바 프라임에 정착한 뒤 외계 종족 ‘스크렐’의 공격을 받게 된다. 그들이 사용하는 무기 ‘어서’는 유전적으로 오로지 인간을 사냥하며 죽이기 위해 조작되어 만들어진 전투를 위한 생명체이다. 어서는 인간이 두려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호로몬을 먹잇감으로 삼으며 인간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한편, 레인저 내에는 외계 종족의 무기 어서를 물리칠 수 있는 특별한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7명의 인간이 존재한다.
제이든 스미스 성장 지수 – 맑음
“아들아, 이건 훈련이 아니다.” 노바 프라임 최고의 전사 사이퍼 레이지는 언제나 아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하지만 홀로 각종 외계 종족과 싸우는 키타이 레이지는 결국 그 자신의 내부의 두려움과 싸운다. 레인저 생도에 지원해 혹독한 시련 속에 레인저가 된다는 것은 자신뿐 아니라 아버지에게 그의 실력을 증명하는 일이다. 여기서 레인저란 <스타워즈>의 ‘제다이’ 같은 개념으로 보인다. <행복을 찾아서>에 제이든 스미스가 캐스팅된 것은 모든 오디션 작업이 끝난 뒤 그야말로 우연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지구가 멈추는 날>(2008)을 거쳐 당당한 주인공으로 출연한 <베스트 키드>(2010) 이후 훌쩍 성장했다. 제이든 스미스에게 <애프터 어스>는 캐릭터로서도, 그 자신으로서도 의미있는 성장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