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세상에 던져진 그들의 날갯짓 <이프!>

영화는 한편의 동화처럼 시작한다.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기 좋아하는 할아버지 바르(허브 스타펠)의 눈앞에 어느 날 어여쁜 생물체 하나가 나타난다. 날개 달린 ‘엄지공주’라 할 만한 그 생명체는 새의 새끼 같기도 하고 사람의 아기 같기도 하다. 자식이 없었던 바르는 아내 티네(조크 찰스마)와 함께 그 아이에게 ‘버디’(케네디 주르댕 브롬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애지중지 키워보기로 한다. 하지만 어느덧 날갯짓에 익숙해진 버디는 철새 떼를 따라 남쪽으로 비행을 떠나버리고, 버디가 낯선 곳에서 사고라도 당할까 노심초사하는 마음을 안은 채 노부부도 길을 나선다. 그 길에서 노부부는 외로운 소녀와 상심에 빠진 구급대원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버디와 가까워지지만, 동시에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식의 순진한 해피엔딩으로부터는 조금씩 멀어진다.

네덜란드에서 건너온 이 동화 같은 영화가 어른들에게도 소소한 울림을 지닐 수 있다면, 사람과 동물이 애틋할 만큼 겹쳐 보이는 데가 있기 때문이다. 버디가 창밖의 철새 떼를 바라보며 들뜬 기색을 보이는 단순한 장면에서 이상하게도 처음으로 마음이 찡하다. 머지않아 버디도 운명의 나침반을 따라 그들을 따라가야 할 운명이다. 그런데 이후 버디가 날아간 길을 따라 노부부와 소녀와 구급대원이 날개 대신 두발로 그 뒤를 쫓을 때, 사람들도 어느 동물의 새끼처럼 느껴진다. 낯설고 복잡한 도시에서 잘 곳도 찾지 못한 채 헤매는 노부부, 버디처럼 ‘이프, 이프’ 소리를 내며 버디를 애타게 부르는 소녀, 버디가 잘못되면 다 자기가 제때 구조를 못했기 때문일 거라며 쪼그리고 앉아 훌쩍이는 구급대원까지, 모두 버디와 마찬가지로 세상에 던져진 한 마리의 어린 새처럼 보인다. 어딘지 친숙한 그들의 날갯짓이 누군가에게는 작은 위안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