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tory
승승장구하던 FBI 요원 제이크 말로이(실베스터 스탤론)는 어느날 경찰만 노리는 연쇄살인범에게 동료를 잃고, 애인인 메리(디나 마이어)도 잃는다. 죄책감과 상실감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이른 말로이는 전직 경찰 등 수사요원들의 재활을 돕는 요양센터 디-톡스에 보내진다. 그러나 말로이가 입원한 직후부터 디-톡스의 환자들이 하나둘 살해된다. 사체에 남겨진 메시지 ICU가 자신을 향한 경고임을 알게 된 말로이는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폭풍우가 밀려오면서 철저히 고립된 디-톡스에는 서로를 향한 의심이 쌓이기 시작한다.■ Review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의 영화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날 개봉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액션스타들의 최근 행보를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특히 전작 <캅랜드>에서 무기력한 보안관으로 변신해 “이제 비로소 배우가 됐다”는 극찬(!)을 이끌어낸 실베스터 스탤론의 경우는 더욱 궁금증이 인다. 그 사이 <드리븐>을 제작하고 돌아온 실베스터 스탤론이 <디-톡스>를 선택한 것은 <캅랜드> 때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액션(Action)이 아니라 연기(Acting)를 하고 싶다는 욕망.
<스크림>과 함께 90년대 말 10대 슬래셔영화의 유행을 이끈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의 감독 짐 길레스피 역시 다른 길을 모색하고 싶었던 게 분명하다. 왕년의 액션영웅과 슬래셔영화 감독의 이번 만남은 그러나, 위험한 동상이몽이다. 상대방의 장기와 이미지에 기대 자신의 변신을 도모했다는 것은, 바꿔 말해,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기대를 배반했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액션과 슬래셔가 금슬좋은 커플이 될지, 아니면 불편한 동반이 될진 아직 미지수.
<디-톡스>의 전반부는 천하무적 FBI 요원이 동료와 애인의 연이은 죽음으로 폐인이 돼버리는, 아찔한 하강곡선을 따라잡는다. <리쎌 웨폰> <엔드 오브 데이즈>의 영웅들을 닮은 비극의 정조. 그러다 전직 경찰들의 재활원 디-톡스로 공간을 옮겨가면서, 영화는 하드고어 슬래셔로 그 톤을 완전히 바꾼다. 폐소공포를 자아내는 재활원 안팎의 풍경, 범인의 행각과 그 정체를 드러내는 과정의 짜임새, 그리고 총격액션과 육탄액션에 기대지 않은 실베스터 스탤론의 연기력이 관건일 듯. 1999년 개봉 예정이던 이 영화는 그간 제목이 3차례나 바뀌었고, 올 초 유럽지역부터 선보이기 시작했다. 정작 미국에서는 아직 개봉되지 않았고, 2월1일 현재 국내 시사회에도 열리지 않았다. 박은영 cine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