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1일로 10년이 되었다. 나이를 영원히 먹지 않을 것 같다고 농담삼아 말했던 그의 아름다움은 그 말 그대로의 의미를 갖게 되어버렸다. 우리는 늙은 장국영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책을 쓴 주성철 기자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정신없이 책을 뒤적거리며 사진 구경하기였다. 그의 대표작 스틸컷들과 더불어 그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의 기록, 그와 연관된 장소들이나 세계문학전집 두께인 옛 비디오테이프 표지들, 방한 사진들이 한가득이다. 그가 나온 초콜릿 CF 사진도 있다.
그러고 나서야 글이 보인다. 홍콩영화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무색하지 않게 장국영이라는 배우의 개인사를 기록하는 일부터 시작해 그를 추억하는 많은 홍콩 영화인들과의 대화, 한국을 방문했던 장국영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만일 당신이 장국영의 팬이고, 홍콩을 찾아 그의 흔적을 더듬고 싶다면 이 책은 최고의 가이드북이다. 하지만 장국영이라는 별을 바라보며 십대, 이십대를 보낸 영화팬에게 이 책은 아무리 담담하게 읽어보려고 해도 목이 잠기고 눈이 뜨거워지는 순간을 수시로 선사하니, 가이드북으로 들고 다니기는 영 망했다고밖에 할 수 없겠다. 성룡이 장국영과의 마지막 만남을 추억하면서 꺼냈다는 사자성어 애이불비(哀而不悲)의 뜻 그대로 이 책은, 속으로는 슬프지만 겉으로 슬픔을 드러내지 않는다. 나아가 그가 살아 있었다면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 기회들, 영화들, 또 다른 감독들과의 작업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이 책의 제목은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이지만 장국영만큼이나 그를 기억하는 지금 이 자리의 ‘우리’에도 방점이 찍혀 있다. <아비정전> <금지옥엽> <종횡사해> <패왕별희>… 이런 영화들에 대한 글을 마주하면서 그 영화들을 만났던 그때의 ‘나 자신’을 추억하지 않기란 힘든 일이다. 그러니 다 읽고도 책장을 덮기가 아까워 미적거리며 앞으로 앞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새로 또다시 듣고 싶어진다. 응답하라, 장국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