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5일 몬트리올 다운타운 중심지에 자리한 영화관에서 한국영화 <베를린>이 개봉했다. 많은 유학생과 교민의 적극적인 홍보로 개봉 당일 <베를린> 상영은 만석을 이뤘다. 한국영화의 자취를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캐나다에서, <베를린> 같은 화제작이 한국과 2주차로 개봉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배급사 ‘시네아지’(Cine-Asie)의 공이 컸다. 시네아지는 비영리법인으로, 다양한 아시아 국가의 영화들을 캐나다의 영화제에 출품하거나, 기회가 닿으면 현지 영화관에서 상영을 추진하는 단체다. 시네아지 대표는 19년 전 캐나다 몬트리올로 영화 유학을 떠났던 이미정 감독이다. 그녀는 프랑스, 독일영화를 전공하기 위해 유학 왔다가 사람들이 아시아권 영화에 관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시아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강의하는 교수들을 보며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것이 이미정 감독이 19년 전 ‘시네아지’를 설립한 이유다. 20여년이 다 되어가는 동안 꾸준히 아시아영화를 캐나다에 소개하며 단체를 운영하다보니 좋은 성과도 거두었다. 정부의 지원을 받아 ‘시네아지크레아티브’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이 회사는 현재 영화 배급, 제작, 수입 업무를 맡고 있다.
시네아지가 <베를린>을 상영하며 겪는 대표적인 어려움은 사운드 문제다. 이 감독은 수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러왔으나, 기대보다는 지루하다는 평이 많아 확인해본 결과, 액션영화의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사운드가 생각만큼 웅장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극장 시스템이 한국에서 제작된 영화들의 사운드 시스템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다. 시네아지 대표로서 그녀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점은 한국 영화사와 현지 수입•배급사간 소통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배급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은 한국쪽과 서로 논의하지만 사운드 문제를 비롯해 영화 상영 정보나 스케줄표 등 세세한 부분에 대한 고려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이미정 대표의 말이다. 이는 해외 극장에서의 상영을 계획 중인 한국영화 관계자들이 앞으로 보다 나은 영화 관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서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한편 이미정 감독은 이번 캐나다에서의 <베를린> 직배 상영을 통해 한국영화의 긍정적인 가능성을 엿보았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한국영화를 원활하게 캐나다에 배급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기업들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노력만으로도 더 많은 한국영화들이 캐나다 전역에 진출할 수 있고,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다”라고 말했다.
이미정 대표는 현재 캐나다 한국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에서 10편에서 12편 정도의 영화를 수입해 와 몬트리올을 시작으로 오타와, 토론토, 밴쿠버 등 캐나다의 주요 도시 4곳에서 순회상영할 예정이다. 그녀는 “앞으로 캐나다 교포 1.5세, 2세 등의 젊은 영화팬들이 주역이 되어” 한국영화를 캐나다에 소개하려는 노력이 지속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더불어 그녀는 2014년쯤 <허수아비들의 땅>의 노경태 감독, <인류멸망보고서>의 임필성 감독 등과 함께 저예산영화 <미드나잇 4AM>을 공동 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