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비에르는 현재 덴마크에서 가장 촉망받는 여성감독이다. 한국 관객에겐 201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인 어 베러 월드>의 감독이라는 타이틀이 더 친숙할지 모르겠다. 삶의 딜레마와 아이러니를 일상의 화법으로 유려하게 풀어내는 그녀의 작품은 대중적이면서도 통찰력을 잃지 않기에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다시 말해 상업적인 감각과 예술성의 ‘밸런스’를 두루 유지한다는 것이 비에르의 장점인데, 그녀의 신작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에서 그 잣대는 상업적인 측면으로 보다 기운 느낌이다. 서사적 전개와 배경에서 <투스카니의 태양> <맘마미아!>를 연상케 하는 이 영화는 이탈리아를 무대로 위기의 중년에 새롭게 찾아온 로맨스를 조명한다.
암 투병 중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이다(트린 디어홈)는 꽤 무난한 인생을 살아왔다. 항암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기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와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하기 전까지는. 바로 그날부터 그녀의 인생이 뒤틀린다. 이다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공항에 가다가 사돈 필립(피어스 브로스넌)의 차를 크게 박고, 공항에 도착하자 짐이 통째로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설상가상으로 일가친척이 모두 모인 딸의 결혼식에 남편은 불륜 상대인 회사 여직원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렇게 절망에 빠진 이다에게 필립이 말벗이 되어준다. 아내를 사고로 잃은 뒤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필립은 이다를 위로하며 그녀와 점점 가까워진다.
“저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싫어합니다. 질문하는 영화를 좋아하죠.” <인 어 베러 월드>를 만들 당시 수잔 비에르는 자신의 연출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는 그 정반대의 작품이다. “사랑은 아무리 많이 주고 많이 받아도 부족하다”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등장인물들이 사랑의 중요성을 깨닫는 그 순간까지 영화는 명확한 결승점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가 설명하지 않은 여백에 대해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 수잔 비에르 영화의 미덕이라고 생각해온 관객이라면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의 변화가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닫기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고 방황하는 인물들만큼은 영락없는 수잔 비에르의 스타일을 계승한다. 그건 오랫동안 남편을 사랑하기보다 사랑해야 할 이유를 찾아왔던 이다와, 아내의 허망한 죽음을 겪고 그 분노를 주변 사람들에게 표출해왔던 필립에게만 적용되는 말이 아니다. 결혼식을 앞두고 자신의 결정을 마지막까지 되짚어보는 이다의 딸과 필립의 아들, 형부 필립에게 오랜 시간 연정을 품어왔던 베네딕트의 이야기가 얽혀들며 <다시, 뜨겁게 사랑하라!>는 “괜찮은 척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도발의 불씨를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