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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톡] 좋은 영화가 갖는 ‘침묵의 시선’
윤혜지 사진 오계옥 2012-12-18

CGV 무비꼴라쥬와 <씨네21>이 함께하는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신의 소녀들> 시네마톡 현장

추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한 12월11일 저녁, CGV대학로 무비꼴라쥬관에서 김영진 평론가와 이화정 기자가 진행한 <신의 소녀들> 시네마톡에 깜짝손님이 찾아왔다. 새로이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로 선임된 이상용 평론가다. 이화정 기자가 <신의 소녀들>과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에 대해 가볍게 잠깐 언급하면서 서두를 열었다. “전작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감독에 의하면 채색하지 않고 날것 그대로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2007년 <4개월, 3주… 그리고 2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신의 소녀들>은 올해도 칸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신의 소녀들>은 보이치타(코스미나 스트라탄)를 비롯한 수도원 사람들과 알리나(크리스티나 플루터) 의 갈등을 통해 동구권의 억압된 시스템을 은유하고, 맹목적인 믿음과 개인의 독단이 부딪힌 자리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결과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크리스티안 문주 감독의 인상적인 연출은 시네마톡에도 다채로운 이야깃거리를 안겨줬다. “둔탁하게 흩뜨려놓고 서서히 몰아가는 스타일이다. 관객의 판단이나 선택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도덕과 선악의 문제를 인상적인 이미지로 구축하고 있다”라는 말로 김영진 평론가가 운을 떼자 이상용 평론가가 감독의 연출과 배우의 연기가 기막히게 어우러지는 지점을 짚으며 앞선 언급을 보충했다. “두 소녀의 감정이 교묘하게 역전되는 순간이 백미다. 스스로 교회로 들어왔을 때부터 알리나는 더이상 보이지 않게 되고, 카메라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보이치타를 계속 보여준다. 좋은 영화만이 갖는 ‘침묵 속의 시선’을 이 작품은 잘 나타내주고 있다.” 반면 이화정 기자는 “공간 세팅을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관객이 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공간에서부터 너무 일찍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전작에 비해 강한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는 말로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영화의 불필요한 장면들을 지적한 한 관객의 질문이 풍성한 논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김영진 평론가는 관객이 짚어낸 ‘불필요한 장면들’에서 현대영화의 경향을 읽어냈다. “그런 장면들은 극적으로 죽은 시간과 공간이지 않나. 다른 영화에서라면 컷해버렸을 공간과 행위들을 화면 안에 모으는 거다. 활시위를 뒤로 당기는 행위와도 같다. 어느 지점에 닿으면 분명히 어떤 형상을 나오게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이상용 평론가는 감독을 리얼리스트라고 평하며 베냐민의 사례를 덧붙였다. “베냐민은 친구이기도 한 영화이론가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를 ‘새벽의 넝마주이’라고 불렀다. 부스러기를 그러모아 그럴듯한 현실을 그려낸다는 거다. 현대 리얼리즘의 중요한 측면이기도 한데, 문주의 영화에서도 사소한 감정을 던져넣어줌으로써 관객이 의미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끝으로 김영진 평론가가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는 오랫동안 화면을 버텨내며 굉장한 연기를 보여준다. 도덕적 코멘트나 정서적 배색보다도 그 장면을 위해 영화가 달려왔다는 느낌을 줄 만큼 기운이 대단하다. 압도적이었다”는 말로 배우들의 연기를 상찬했다. 힘있는 영화, 기자와 평론가, 그리고 눈밝은 관객이 만나 또 한번 뜨거운 대화를 나눈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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