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이 다가왔다. 앞으로 5년, 나아가 한국의 미래가 걸린 대통령 선거가 곧 치러진다. 대다수 사람에게 이번 선거는 누가 이길 것인가라는 흥밋거리 이상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모두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승리해야 향후 5년이 행복해질 것이라는, 지지하지 않는 후보가 당선된다면 끔찍한 5년을 맞이할 것이라는 기대와 우려 속에서 12월19일 한표를 던지리라. 여러분 모두의 한표에 축복 있으라!
투표하기에 앞서 <MB의 추억> <맥코리아> <남영동1985> <26년> 같은 영화들을 꼭 보자고 여러 차례 제안했는데, 여기 추가할 작품이 생겼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만든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시리즈가 그것이다. 1편인 <두 얼굴의 이승만>과 2편인 <프레이저 보고서 1부>는 지난달 유튜브 등을 통해 공개된 모양인데, 며칠 전에야 접하게 됐다. 보고 나니 왜 이 다큐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두 얼굴의 이승만>은 이승만에 관한 다큐의 첫 번째 편으로, 일제시대부터 해방까지 이승만의 행적을 보여준다. 이 시기 그의 삶을 두 단어로 정리하면 그건 ‘미국과 돈’이다. 이 다큐에 따르면 그의 행동은 오로지 미국의 입장과 독립자금을 좇아갔던 것으로 읽힌다. 더 흥미로운 건 <프레이저 보고서 1부>다. 1978년 미국 의회에서 발표된 프레이저 보고서에 기반해 박정희 정권의 내막을 드러내는 이 다큐는 박정희의 공으로 평가되는 경제발전이 사실은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제발전이라는 신화는 박정희의 철권통치를 변호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였기에 이 다큐에서 폭로되는 진실은 나름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보수 집단들이 일제히 이 다큐를 놓고 광기 서린 공격을 펼치는지도 이해가 된다.
이 두편의 다큐는 이번 대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긴 하지만 관람을 권하는 건 새삼 역사의 존재감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대통령의 집권 속에서 한국이 시련과 고난을 겪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곧 던질 한표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투표를 잘해야 한다는 사실은 MB정권만 봐도 알지 않나). 어차피 다가올 선거 또한 역사의 장구한 흐름 속에 있는 것이니 말이다.
선거가 끝나고 나면 한국, 그리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즐거운 변화일지 눈물나는 변화일지를 선택하는 것은 바로 우리의 몫이니 부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시기 바란다. 대선과는 무관하지만 <씨네21> 또한 나름 큰 변화를 맞이한다. 2년 반 동안 깃들었던 충무로에서 상수동으로 사무실을 옮기게 된다. 지리적 위치가 좋은 점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이 더 많았기 때문에 아주 서글프지는 않다. 또 홍대권의 젊은 문화와 더불어 살아가게 되니 보다 싱싱한 내용을 채우게 되리라는 기대감도 있다. 대한민국이나 <씨네21>이나 행복한 변화를 맞이하는 따뜻한 연말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