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를 꿈꾸는 사람은 많지만 꿈이 그저 꿈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여기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길잡이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 몇 마디를 모아봤다. 학교에서 일러주는 교과서적인 해답도, 학원에서 준비한 정형화된 스킬도 아니다. 당신보다 한발 앞서 불안에 떨고 고민에 빠져봤던 선배들이 전하는 깨알 같은 조언과 보석 같은 경험담, 그리고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무조건 시도하고 부딪혀라
안상훈 / 동국대 연극영화과 94학번(졸업). <…ing> 연출부로 활동 시작. <아랑> <블라인드> 감독.현재 서울호서예술전문학교 방송콘텐츠프로듀서학부 교수로 재직 중.
-동국대 영화영상학부에 입학한 계기는. =내가 입학할 당시엔 연극영화학과였다. 사실은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게 목표였다. (웃음) 연극연출가인 아버지의 추천으로 지원했다. 적성에 맞을 것도 같았고.
-연출에 대한 흥미는 언제부터 가지게 되었나. =영화사 수업을 들으면서 영화라는 매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세계영화사, 한국영화사 모두 재미있었다. 영화가 어떻게 예술이 되었는지 발자취를 살펴보는 가운데 창작자가 작품에 임하는 태도와 방법론까지 다양한 고민을 했다. 영화전공이라면 영화사 공부는 반드시 하길 권한다.
-영화과에 들어가면 꼭 해야 할 일을 하나만 꼽자면. =학교에서 장기노숙을 꼭 한번 해보길 바란다. 다른 친구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보다보면 시야도 넓어지고 마음가짐도 달라진다. 선배들 작업을 따라다니면서 오만 가지 경험을 해보는 것도 좋다. 현장에 나갔을 때 단련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한 당부의 말. =무조건 시도하고 부딪혀보길 바란다. 그대들의 나이에 실패는 실패가 아니다. 시행착오는 그대들을 위한 특권이고 대학이란 시행착오를 겪기 위해 오는 곳이다. 그 뒤에 풍성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음을 의심하지 마시라.
배우는 늘 갈망해야 한다
윤원재 / 단국대 공연영화학부 02학번(졸업). 뮤지컬 배우. 창작 뮤지컬 <사춘기>로 데뷔. <주유소습격사건> <삼선동 4가> 출연. 현재 <유나이야기> 출연 중.
-어떻게 단국대에 입학하게 되었나. =어렸을 때부터 배우의 길을 고민했는데 많은 연극영화과 중 성향이 맞는 학과를 찾다가 단국대의 학풍이 나와 맞다고 생각하고 결정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수업이 있나. =연희단거리패 대표 김소희 선생님의 연기 수업이 큰 도움이 되었다. 제대로 보는 법, 걷는 법, 말하는 법 등 기초부터 핵심까지 꼼꼼히 지도해주셨다. 현재 활동 중인 프로 배우가 직접 지도해주셨다는 게 큰 매력이었다.
-학교에서 배운 것이 실제로 현장에서도 통하는가. =물론 바로 써먹을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기본을 다지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기전공이었지만 연출을 했던 경험도 큰 도움이 되었다. 작품 전반을 이해하는 시야를 기를 수 있다.
-배우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데뷔할 당시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아직 생각난다. 배우는 늘 공격적으로 무언가를 갈망해야 한다고 하셨다. 욕심, 욕망, 열정, 그런 뜨거운 감정들을 품고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입시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열정, 개성, 재능, 모두 중요하지만 늘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말하고 싶다.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지만 좋은 작품은 주인공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다. 자기 위치를 되돌아보고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끔 인생에서 가장 어울리는 배역을 빨리 찾기 바란다.
기본 교양은 늘 필수
이진근 / 건국대 영화전공 05학번. 한국영화아카데미 촬영전공 입학 뒤 정규 장편제작과정을 거침. <가시> 촬영. 현재 독립장편영화 촬영 중.
-영화과에 입학한 이유는. =단순하다. 영화를 하고 싶었다. 내가 입학할 당시 건국대 영화과는 신생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끌어 새로운 걸 만들어나가고 싶어 지원했다.
-촬영을 전공으로 결정한 것은 언제인가. =2학년 촬영 수업 때부터 촬영에 푹 빠졌다. 영화를 직접 만드는 실기수업은 언제나 재미있었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교수님과 함께 만들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학우들과 함께하는 작업도 즐거웠다.
-현장과 학교는 어떤 차이가 있나. =학교 수업은 연출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영화는 연출 말고도 촬영, 미술, 사운드 등 다양한 분야가 어우러지는 종합예술이다. 다른 분야에도 눈을 돌리고 관심을 가지면 생각보다 많은 길이 열린다.
-학교에서 배운 것들 중 현장에 나가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선배들과 몸을 부딪쳐 영화를 직접 만들었던 경험이 기초를 단련해준 것 같다. 촬영에 관련된 기초부터 영화를 대하는 태도까지 바탕을 다져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막상 현장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만나서 작업을 해야 하기에 적응력이 중요하다. 때문에 학창 시절 부지런히 현장경험을 쌓는 것도 나쁘지 않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을 위한 한마디. =점수에 맞춰 진로를 정하기보다 하려고 하는 일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많이 보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책과 영화를 많이 보길. 기본적인 교양은 입학 이후에도 꾸준히 쌓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