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사회비판 영화들이 속속 나오는 가운데 대기업 삼성의 부당함을 직접 고발하는 영화들이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공장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유미씨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가족>은 김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박철민, 윤유선 등 배우들의 캐스팅을 이미 마친 상태다. 하지만 문제는 영화의 성격상 제작비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이에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는 지난 11월1일부터 온라인 펀딩 사이트 ‘굿펀딩’을 개설하고 제작비 모금을 시작, 현재 1차 모금액인 1억원의 84%가량을 확보한 상태다. 총 10억원의 제작비를 목표로 개인투자나 후원은 물론 기업펀딩도 꾸준히 확보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의 박성일 PD는 “고발극이라기보다는 휴먼드라마로 봐주길 바란다”는 당부와 함께 “삼성전자에 대한 부정과 전복을 꿈꾸는 게 아니라 같이 바꿔 나가자는 취지에서 제작되는 영화다. 사회의 음지에서 매장되어 사라지는 문제를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을 밝혔다.
조성구 전 얼라이언스 시스템 사장과 삼성 SDS의 분쟁을 다룬 이야기도 영화화된다. <10년 전쟁>이란 제목의 이 영화는 특허기술을 둘러싼 삼성의 폭력과 횡포를 고발한다. 하지만 <10년 전쟁> 역시 제작비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 마찬가지다. 영화를 후원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촉진영화제작위원회 이선근 대표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조리한 행위를 저지른 삼성의 잘못된 관행을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며 “큰 집단과의 투쟁인 만큼 불법적인 부분이 하나도 없도록 하기 위해 일반 시민의 모금으로 제작비를 충당하려 한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 하나로 세상이 바뀔 리는 없다. 하지만 그것이 침묵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없다. 이것은 시의성의 문제가 아니다. 굳이 대선 정국이어서도 아니다. 언제 어떤 상황일지라도 진실의 소리는 꾸준히 울려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