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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인간 마틴 스코시즈
송경원 2012-11-15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대화> 리처드 시켈 지음 / 이태선 옮김 / 비즈앤비즈 펴냄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숙제 같은 이름이 있다. 앨프리드 히치콕,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같은 거장들이 남겨놓은 방대한 양의 숙제들. 반드시 봐야만 한다고들 하는 그 수많은 걸작영화들. 그들의 작품을 보고 반한 이는 물론이고 그들의 영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그들이 남겨놓은 족적을 훑지 않고는 현대영화를 이해할 수 없다. 마틴 스코시즈도 그중 하나다. 설사 그의 작품을 한편도 보지 않았다 할지라도 이름을 모를 수 없는 위대한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대화>는 비단 그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연서일 뿐만 아니라 그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다.

그 누구도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마틴 스코세이지와의 대화>를 읽고 나면 마틴 스코시즈라는 사람의 전체적인 윤곽이 만져진다. 이는 온전히 인터뷰어인 리처드 시켈의 역량이다. 저 유명한 히치콕과 트뤼포의 대화처럼 좋은 인터뷰란 질문하는 자와 받는 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틴 스코시즈가 좋은 대상임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저명한 영화평론가이자 영화사가이기도 한 리처드 시켈은 마틴 스코시즈라는 악기를 실로 훌륭한 솜씨로 연주해낸다. 유년기의 기억에서부터 오랜 숙원인 <침묵>(2013)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간 마틴 스코시즈를 촘촘히 훑어나가는 이 책은 그 어떤 위대한 영화도 결국 인생의 작고 복잡한 경험들에서 출발했음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스코시즈가 왜 <비열한 거리>를 만들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삶이 매 순간 우리에게 속삭이는 영감이 어떻게 예술로 승화하는지에 대한 생생한 목격담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의 영화들을 찾아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영화를 위해 태어난 두 남자의 문답 끝에 어렴풋이 그려지는 밑그림 위로 세세한 스케치와 걸작영화들의 진한 색을 채워넣는 것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 책 자체를 읽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지만 그 뒤에 따라올 숙제가 더 흐뭇하다. 스코시즈의 말처럼 “사람들 생각의 물꼬를 틔워주는 사람이 누군가 있어줘야 하고” 그는 딱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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