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였다. 모두가 잘 알고 있듯,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의 감독 루퍼트 샌더스와 키스하고 있는 사진 한장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사실 불륜 스캔들은 할리우드에서 새삼스러운 사건이 아니다. 사랑에 빠졌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또 다른 누군가와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던 톱스타들을 우리는 너무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좀 다르다. 대중은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히로인, 벨라를 보는 잣대로 그녀를 바라본다. 스튜어트가 스테파니 메이어의 원작 소설 속 벨라와 같은 나이라는 점, 영화의 상대 배역인 에드워드 역의 로버트 패틴슨과 실제로 연인관계라는 점이 많은 이들로 하여금 스튜어트의 모습에 벨라의 이미지를 덧씌우게 만들었다. 불륜 스캔들이 터진 이후, <뉴욕 데일리 뉴스>가 스튜어트를 두고 ‘트램파이어’(헤픈 여자와 뱀파이어의 합성어)라 지칭한 건 그녀에게 쏟아지는 모든 비판의 화살의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하게 한다. 현재 대중에게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벨라 스완이다. 스튜어트가 로버트 패틴슨을 배신한 건 벨라가 에드워드를 저버린 것과 다름없다. 영원히 해피엔딩일 것 같았던 판타지영화의 달콤한 세계가 현실 속 여배우의 실수로 인해 금이 간 거다.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세계관에 얼룩을 남겼다는 점은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도 큰 상처였을 거다. 그녀가 이전 네편의 영화를 거치며 벨라 캐릭터에 자신의 실제 모습을 투영해왔다는 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잘 알려진 사실이기 때문이다. <뉴문>에서 에드워드와의 이별장면을 준비하며 실제로 “삶이 파괴될 것 같은” 상실감을 경험했고, 벨라와 에드워드가 사랑의 결실을 맺는 <이클립스>의 결혼식 장면을 전편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꼽는 스튜어트에게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소녀에서 여자로 성장할 때 그녀가 겪어야 하는 모든 일과 감정들을 미리 경험하게 해준 예행연습 같은 작품이었다. “순간의 경솔함이 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존재를 위태롭게 했다”는 스튜어트의 공식 사과문은 비단 연인이자 동료배우 로버트 패틴슨을 겨냥한 말은 아닐 것이다. <브레이킹 던 part2>의 개봉을 앞두고 그녀는 인생 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현실의 스캔들이 덧씌운 ‘나쁜 이미지’를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를 통해 상쇄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동화의 문을 성공적으로 닫을 수 있을지의 여부가 스튜어트의 영화 속 모습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브레이킹 던 part2>는 출산 뒤 뱀파이어로 변모한 벨라가 붉은 눈을 뜨는, 전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번 영화에서 우리는 바람처럼 달려 퓨마의 목덜미에 이빨을 박아넣는 야성적인 모습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목도하게 될 거다.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를 연기해야 한다는 건 시리즈에 참여한 대다수의 배우들이 1편인 <트와일라잇>에서 했을 법한 고민을 그녀에게 안겨줬다. “육체적으로, 그건 내게 무엇보다 큰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뱀파이어가 된 벨라는 인간으로서의 그녀와 걸음걸이부터 달라야 했기 때문이다. (중략) 뱀파이어가 된 첫 촬영날, 원작자인 스테파니에게 가서 이렇게 물은 적도 있다. ‘(소설에 묘사된) 풍경(wind chimes) 같은 소리를 낸다는 건 어떤 거예요? 그건 불가능하잖아요!’” 스튜어트에겐 엄마로서의 벨라를 표현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었다. 목숨을 걸고 낳은 딸에게 다정하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또 그녀를 지키기 위해 가족의 명운을 걸고 전투를 벌이는 벨라의 변화는 이번 영화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영화 속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매켄지 포이의 연기를 두고 “마치 11년 동안 떨어져 있던 엄마와 딸처럼 행동하더라”며 만족감을 나타낸 감독 빌 콘돈의 말처럼,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벨라의 모습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향한 팬들의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이제는 영화가 현실을 전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