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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 애니메이션의 미래와 현재를 함께 만난다
송경원 2012-11-07

제14회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 11월7일부터 11일까지 한국만화박물관 등에서

그 나라의 미래를 알고 싶으면 아이들을 보라는 말이 있다. 영화의 미래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미래, 애니메이션으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미리 확인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놓칠 수 없는 기회가 왔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이 11월7일부터 11일까지 5일간 한국만화박물관 상영관 및 부평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다. 단지 한국 애니메이션만의 미래를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제학생애니메이션의 명성에 걸맞게 세계 39개국 1207편의 작품이 출품된 이번 축제에서는 27개국 67편의 엄선된 작품들을 통해 미래의 거장들을 미리 만날 수 있다. 프랑스의 에콜 에밀 콜을 비롯해 월드프리미어로 세계 최초 공개되는 작품들도 다수 있으며 감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그 표현과 주제도 다양하다. 뿐만 아니라 좀처럼 한자리에서 보기 힘든 15편의 장편애니메이션과 디즈니의 거장 에릭 골드버그의 마스터클래스 등 다양한 볼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지면 관계상 다 실을 순 없지만 그 화려한 작품들의 면면을 미리 살펴보자.

개막작

<페이퍼맨>

<페이퍼맨> Paperman 존 커스 / 미국 / 2012년 / 10분 아름다움은 가슴과 머리 사이에서 피어난다. 뉴욕시에 사는 외로운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페이퍼맨>은 손으로 그린 흑백의 2D 위에 CG로 합성한 유려한 영상이 돋보이는 창의적인 애니메이션이다.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독을 과감한 생략을 통해 직접 이미지화한 이 작품을 설명하는 데 ‘단순해서 아름답다’는 말보다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듯하다. 핸드 드로잉을 CG로 전환시키는 과정에서 선보이는 극단적인 간결함은 흑백의 색감과 더불어 움직임 그 자체를 감상하는 기쁨을 전한다. 덕분에 CG만으로는 재현하지 못할 섬세한 손 내음까지 묻어난다. <토이 스토리2>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 <라따뚜이>의 애니메이터로 활동하며 디즈니•픽사의 기대주로 떠오른 존 커스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장편

<도서관 전쟁-혁명의 날개>

<도서관 전쟁-혁명의 날개> Library War-The Wings of Revolution 하마나 다카유키 / 일본 / 2012년 / 105분 제목만 보고 도서관에 관한 말랑한 이야기를 상상하면 곤란하다. ‘도서관’보다는 ‘전쟁’쪽에 방점이 찍힌, 밀리터리 마니아들이 열광할 만한 애니메이션이다. 아라카와 히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미디어 양화법’이 실시된 근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미디어 순화를 빌미로 문화를 탄압하려는 ‘양화대’와 책과 표현의 자유를 지키려는 ‘도서대’의 분쟁을 그리고 있다. 실제 무기를 바탕으로 한 양쪽의 치열한 전투는 물론이고 신입 도서대원 이쿠의 성장과 드라마, 그리고 로맨스까지 적절히 분배해 학원물로서의 매력도 충분하다. TV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프로덕션 I.G.에서 원작 시리즈 중 최고의 평을 받은 ‘도서관 혁명’ 부분을 직접 극장판으로 제작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소재를 발견해나가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아기기린 자라파>

<아기기린 자라파> Zarafa 레미 베잔송, 장 크리스토프 리에 / 프랑스, 벨기에 / 2012년 / 78분 우리는 때로 야생의 날것을 통해 문명의 야만을 깨닫는다. 마이클 앨런의 저서 <자라파 여행기>를 극화한 이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은 프랑스에 건너온 아기 기린 자라파의 여정을 통해 문명의 오만과 자연의 위대함을 역설한다. 노예로 잡혀가던 소년 마키는 탈출을 시도하던 중 기린 무리를 만나고 어미 기린은 마키를 추적하던 노예판매상이 쏜 총에 목숨을 잃는다. 마키는 아기 기린 자라파를 돌봐줄 것을 약속하지만 자라파는 이집트 왕의 결정으로 프랑스로 끌려간다. 1826년 파리 전역에 기린 신드롬을 일으키며 동물원에서 무려 18년을 살다간 기린 자라파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의 우정을 통해 문명화 과정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가치를 새삼 일깨운다. 방대한 이야기에 비해 짧은 상영시간이 아쉽지만 소년과 동물의 훈훈한 우정과 기린의 순진한 눈망울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구스코 부도리의 전기> The Life of Budori Gusuko 스기이 기사부로 / 일본 / 2012년 / 106분 일본 애니메이션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아톰> 시리즈, <폭풍우 치는 밤에>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거장 스기이 기사부로 감독이 일본의 국민작가 미야자와 겐지의 동명 소설을 다시 한번 영화화했다. <은하철도 999>의 모티브로도 유명한 <은하철도의 밤>(1985)에 이어 또 한번 성사된 두 거장의 만남만으로도 이미 주목의 대상인 이 작품은 <은하철도의 밤>의 스탭들이 다시 한번 뭉치며 더욱 기대를 모은다. 오구리 슌, 구쓰나 시오리, 에모토 아키라 등 화려한 성우진 역시 기대를 더한다. 냉해로 가족을 잃은 구스코 부도리가 화산국에서 근무하다 갑작스레 닥친 냉해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의인화한 고양이 캐릭터의 재미난 설정과 자기희생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명작이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극장판 베르세르크-돌도레이 공략>

<극장판 베르세르크: 황금시대편I-패왕의 알> Berserk: The Golden Age Arc-The Egg of the King 구보오카 도시유키 / 일본 / 2012년 / 77분

<극장판 베르세르크: 황금시대편II-돌도레이 공략> Berserk: The Golden Age Arc II-The Doldrey War 구보오카 도시유키 / 일본 / 2012년 / 93분 미우라 겐타로의 동명의 초베스트셀러 만화의 화려한 영상이 드디어 극장판 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되었다. 1989년 연재를 시작한 이래 꾸준한 인기를 모으고 있는 만화 <베르세르크>는 특유의 무겁고 어두운 세계관과 그로테스크한 표현으로 국내에도 다수의 팬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그간 팬들의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높은 작화의 완성도 탓에 막상 극장판으로 제작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있었다. 구보오카 도시유키 감독에 의해 드디어 극장판으로 제작된 <극장판 베르세르크: 황금시대편>은 원작 중 가장 현실적인 ‘황금시대’ 부분을 영화화했다. 검은 기사 가츠가 어둠과 피의 길을 걷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황금시대편은 어두운 판타지로서의 <베르세르크>가 아니라 중세시대의 사실감 넘치는 전투를 메인으로 한 장대한 서사를 다루고 있다. 올해 PISAF에서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된 <극장판 베르세르크> 중 ‘패왕의 알’과 ‘돌도레이 공략’편이 동시에 상영될 예정이다. 원작의 충실한 재현이 눈에 띄는 이 애니메이션은 셀화와 CG로 그려진 3D 캐릭터의 조화와 대규모 전투장면의 박력 넘치는 묘사가 인상적이다.

<세 가지색-메밀꽃 필 무렵>

<세 가지 색> 3 Colors 이성강, 안재훈•한혜진, 연상호 / 한국 / 2012년 / 66분 이성강 감독의 <저수지의 괴물>, 안재훈•한혜진 감독의 <메밀꽃 필 무렵>, 연상호 감독의 <창> 등 세 작품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특별기획 프로그램. 한국 애니메이션계를 대표하는 세 사람의 독특한 스타일과 개성을 통해 한국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다. <마리이야기>(2001), <천년여우 여우비>(2006)의 이성강 감독은 저수지에 살고 있는 괴물의 정체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어두운 면을 비춘다. 연필로 명상하기 스튜디오의 안재훈•한혜진 감독은 이효석의 동명 단편소설을 애니메이션화했다. 수려하고 따뜻한 영상이 원작의 아름다운 풍광과 인상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사회의 부조리를 통렬하게 그려낸 <돼지의 왕>(2011)으로 화제가 된 연상호 감독은 이번에는 군대의 폭력적인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 연상호 감독 특유의 어둡고 날카로운 주제의식이 빛을 발하는 애니메이션이다.

월트디즈니 기획전

<환타지아 2000>

에릭 골드버그의 방한을 기념하여 상영되는 <환타지아 2000>은 1940년에 제작된 디즈니의 대표작 <환타지아>(1940)를 되살린 작품이다. 1940년의 <환타지아> 중 <마법사의 제자>를 디지털로 복원하고 새롭게 창작한 7편의 단편을 추가한 이 환상적인 애니메이션은 클래식 음악과 애니메이션 특유의 영상미를 조화시킨 역작이다. <웨이킹 슬리핑 뷰티>(2009)는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 <프랑켄위니>를 제작한 거장 프로듀서 돈 한의 손으로 빚어진 디즈니의 역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꿈과 환상의 제국 디즈니의 화면 뒤 모습을 담아낸 이색적인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최근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한 디즈니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