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보시네마영화제가 열리는 시네마 임페리얼 극장의 전경.
매년 10월경이 되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몬트리올에 모여든다. 한해 동안 칸, 베를린, 베니스, 로테르담 등의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작가주의 감독들의 영화와 예술성 높은 현지 영화를 소개하는 누보시네마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올해 41회를 맞은 이 영화제는 10월10일부터 21일까지 열렸으며, 올리비에 아사야스, 홍상수, 켄 로치, 크리스티안 문주, 카를로스 레이가다스 등의 영화를 상영했다. 하지만 이미 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에게 알려진 영화들을 다시 언급하기보다 누보시네마영화제 프로그램의 강점인 캐나다영화에 대해 소개하는 것이 좋겠다. 몬트리올이라는 지리적 위치 때문인지 누보시네마영화제에서는 퀘벡과 프랑스에서 제작된 프랑스어권 영화들이 많이 출품된다. 그중에서 퀘벡과 캐나다의 독립영화들을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포커스 부문의 상영작, <급류>(Le Torrent)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퀘벡 출신 감독인 시몽 라브와의 세 번째 영화 <급류>를 관람하기 위해서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153분의 러닝타임, 느린 템포, 대사가 거의 없고 어두운 분위기의 이 영화는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들에 개의치 않는다면, <급류>는 강력한 힘으로 보는 이를 빠져들게 하는 영화다. 앤 에베의 소설 <1950 짧은 이야기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주인공 프랑수아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먼저 현재의 프랑수아. 그는 퀘벡 시골마을에서 홀로 농장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는 행복하지 않다. 그 이유는 프랑수아의 과거 시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엄격하고 폭력적이며 종교적인 싱글맘 클로딘 아래 성장했다. 마을 밖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모자는 마을 사람들에게 외면받아왔다. 클로딘은 자신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프랑수아를 사제로 만들려 하지만, 아들은 어머니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 프랑수아의 이러한 개인사와 더불어 이야기의 핵심을 쥐고 있는 건 미스터리한 여자 아미카의 존재다. 프랑수아는 외롭게 길을 걷다가 이누이트족 남자에게서 아름다운 흑발의 여인 아미카를 (말 그대로) ‘구매’하게 된다. 그녀는 살아생전 어머니라는 존재를 제외하면 프랑수아의 일생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그들이 서로 대화를 시도하고 소통에 실패하는 모습은 이 영화를 보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영화의 후반부, 서로 다른 종류의 실타래가 엉키듯 너무도 다른 두 사람의 삶이 얽히며 이야기는 심각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무엇보다 <급류>는 감독 시몽 라브와의 엄격한 연출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얼음장 같은 차가운 분위기, 명상적인 정서와 많은 시들이 언급되는 것이 라브와 특유의 스타일. 혹자는 그의 영화를 두고 테렌스 맬릭의 <씬 레드 라인>이나 <트리 오브 라이프>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떤 관객에게는 영화가 다소 어둡고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영상과 사운드, 세 주연배우(특히 공포스러운 엄마상을 보여준 클로딘 역의 도미니크 케스넬의 연기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의 개성넘치는 연기가 돋보이는 <급류>는 캐나다에 이런 ’작가’ 감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리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