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가을”, “스포츠의 가을”, “행락의 가을”…. 날씨가 시원하니 지내기 쉽기 때문에 여러 문화 활동이 활발해져서 그런지 일본에서는 가을에 관한 구절이 많다. “예술의 가을”이라는 말도 그중 하나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오사카를 중심으로 하는 간사이 지역에서도 가을이 다가옴에 따라 여러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예를 들어 오사카시에 있는 독립영화 전문 극장인 시네 누보에서 열린 ‘인도영화제’(10월6~12일), ‘브라질영화제’(10월13~19일), 제7예술극장에서 열린 ‘호세 루이스 게린 영화제’(9월29일~10월12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외국에서 유명한 영화인들을 초대해서 9월15∼17일에 결쳐 열린 ‘나라국제영화제’를 빼고는, 그런 ‘영화제’들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름에 관련된 작품들이 상영될 뿐, ‘영화제’라기보다 오히려 ‘~특집’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내용이었다.
그러던 가운데 오사카에서 독특한 ‘영화제’가 열렸다. ‘오사카 나카노시마 고항 영화제’가 바로 그것이다. 여기서 ‘고항’이란, ‘밥’이나 ‘음식’을 뜻하는데 영화에서 음식이 중요한 아이템으로 나오는 작품들을 모아 여러 이벤트와 함께 상영한다는 컨셉. 2010년에 시작된 ‘도쿄 고항 영화제’가 호평을 받았기 때문에 올해부터 오사카에서도 열리게 된 것이다. 10월6일부터 14일까지 우메다 스카이빌딩에 있는 극장 ‘우메다 가든 시네마’에서 프리미어 초대 작품으로 <펭귄 부부를 만드는 방법>(히라바야시 가쓰토시 감독)을 비롯해 모두 16편의 영화(오른쪽 박스 참조)가 상영되었고, ‘고항 영화제’다운 각종 이벤트도 열렸다.
우선 9월28일에는 혼마치 가든 시티에서 세인트 레지스 호텔 오사카가 특별히 제공한 디너를 먹은 뒤, 이 영화의 발기인인 다카하시 노부히코의 토크쇼와 영화 <디너 라쉬>(밥 지라르디 감독) 상영회 등이 열렸다. 그리고 6일과 13일에는 메인 행사장인 나카노시마 디자인 뮤지엄에서 <아이들이 우리를 고소할 거야>(장-폴 조 감독)를 본 뒤 유기식재로 만든 요리를 먹는 이벤트가, 또 음악 라이브를 들은 뒤 식사를 하고 <디너 러쉬>(11일), <아멜리에>(12일), <수프 오페라>(14일)를 관람하는 이벤트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스카이빌딩 39층에 있는 공중정원에서 야경으로 눈요기하면서 디너를 먹고 나서 <이트립>(노무라 유리 감독)을 보는 이벤트(10일)는, 그야말로 ‘고항 영화제’의 이름에 들어맞는 것이었다.
SNS에서의 반응을 보니 관객도 영화와 음식을 동시에 ‘맛보는’ 이 영화제를 만끽한 모양이다. 극장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오기 위해서라도 앞으로 이런 즐거운 영화제가 더 많이 기획되기를 바라는 영화팬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제1회 오사카 나카노시마 고항 영화제 상영작품 리스트
<펭귄 부부를 만드는 방법>(2012) 감독 히라바야시 가쓰토시 / 출연 고이케 에이코 <아이들이 우리를 고소할 거야>(2008) 감독 장-폴 조, 다큐멘터리 <해피 해피 브레드>(2011) 감독 미시마 유키코 / 출연 하라다 도모요, 오오이즈미 요 <남극의 쉐프>(2009) 감독 오키타 슈이치 / 출연 사카이 마사토 <바그다드 카페>(1987) 감독 퍼시 애들런 / 출연 마리안느 세이지브레트 <아멜리에>(2001) 감독 장 피에르 주네 / 출연 오드리 토투 <그린 파파야 향기>(1993) 감독 트란 안 훙 / 출연 트란 누 옌 케 <이트립>(2009) 감독 노무라 유리 / 출연 아사노 다다노부 <디너 러쉬>(2000) 감독 밥 지라르디 / 출연 대니 앨로, 존 로스먼 <텐텐>(2007) 감독 미키 사토시 / 출연 오다기리 조, 미우라 도모카쓰 <엄마 시집 보내기>(2010) 감독 오미보 / 출연 미야자키 아오이, 오타케 시노부 <카모메 식당>(2005) 감독 오기가미 / 나오코 출연 고바야시 사토미, 모타이 마사코 <어느 멋진 순간>(2006) 감독 리들리 스콧 / 출연 러셀 크로, 마리온 코티아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감독 민규동 / 출연 주지훈, 유아인 <서쪽의 마녀가 죽었다>(2008) 감독 나가사키 슌이치 / 출연 다카하시 마유 <수프 오페라>(2010) 감독 다키모토 도모유키 / 출연 사카이 마키, 가가 마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