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18일에 개봉한 영화 중에는 다큐멘터리가 무려(!) 다섯편이나 있다. 진재운 감독의 <위대한 비행>, 손석 감독의 <인피니트 콘서트 세컨드 인베이전 에볼루션 더 무비 3D>, 닉 스트링거 감독의 <아기 거북 토토의 바다 대모험>, 김형렬 감독의 <맥코리아>, 그리고 김재환 감독의 <MB의 추억>이 바로 그 영화들이다. 그런데 이 영화들의 면면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다큐멘터리’라는 다섯 글자가 품는 이 세상의 넓음과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를 현장 그대로 찍어왔다는 뜻인가 하면 자연의 위대함을 담아내는 작업을 의미하기도 하고, 사회, 정치 풍자를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스펙트럼과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 바로 <허구가 아닌 현실: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오늘>이다. 이 책을 펴낸 아시아 다큐멘터리 네트워크(이하 AND, 부산국제영화제 주관)는 다양한 아시아 다큐멘터리 영화들의 제작과 배급을 지원하기 위해 결성된 영화제들의 조직이다. AND는 아시아 다큐멘터리의 풍경이라는 주제하에, 카자흐스탄•중국•인도•인도네시아•이란•일본•말레이시아•필리핀•한국•대만•타이의 현실을 이 책에서 조명하고자 한다. 책 말미에는 아시아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만난 인터뷰를 실었다.
각 나라들은 제각기 다른 사연을 지녔고 그에 따른 다큐 역사를 갖고 있지만, 글을 읽을수록 아시아의 문제들이 국경을 넘는다고 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님에 놀라게 된다. 정치, 경제, 역사는 가장 인기있는 테마들이며, 저예산으로 제작이 가능해지면서 많은 작가들이 등장했지만 ‘젊은 감독이 자신의 삶을 짝사랑하는 듯한 생활’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열악한 경제적 보상을 받았을 뿐으로 시간이 갈수록 작가들이 빚더미에 올라앉게 되며(심지어 일본에서조차도), 창작 환경만큼이나 상영 환경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정치적인 탄압 때문에 창작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이란의 다큐멘터리 제작 환경 변화에 얽힌 글을 읽자면 다큐멘터리를 지키는 일이 우리가 사는 이 세계를 지키는 일에 다름 아님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