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2013년 2월24일 열릴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작 선정 절차가 교정된 것이다. 변화는 전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지만, 유독 장편다큐멘터리 부문의 잡음이 높다. 최초 투표 전 다큐멘터리 부문의 모든 회원(160명)이 모든 응모작(132편)을 검토해야 한다는 새 규정 때문이다. 최근 회원들은 장편다큐멘터리 80여편의 DVD가 든 박스를 추가로 수령했다. 여기에 더해 앞서 여름에 건네받은 40여편까지 전부 보고 다음달까지 15편을 뽑아 순위를 매겨야 한다. 이 정도 분량이면 회원들의 성실한 심사를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 염려 때문이었는지 아카데미는 박스 안에 회원마다 꼭 봐야 할 10여편의 영화목록을 무작위로 분류해 동봉했다. 회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브라더스 키퍼>의 조 벨링거 감독은 “사실상 모든 작품을 안 봐도 된다는 뜻의 안내문”은 “규정을 바꾼 목적 자체를 무효화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중론은 새 규정이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는 비판으로 수렴되고 있다. 저명한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아카데미 운영위원회 멤버로서 변화의 중심에 섰던 마이클 무어도 “비참한 실패”를 인정했다. 새로운 시스템이 “투표 과정의 민주화”를 가져다주리라는 믿음은 경솔했다. 그 자신을 포함해 활동 중인 감독들은 120편을 이미 거의 다 봤을 것이며 따로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도 오산이었다. 아카데미 운영위원 케이트 데이비스도 “이론적으로는 이 새로운 시스템이 아주 민주적으로 보였다”며 후회를 표했다. <후프 드림스>의 스티브 제임스는 이번 소요로 시상식 자체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토론토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프로그래머 솜 파워스만이 이번 사태를 다큐멘터리의 양질 전환을 위해 불가피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해석했다. 그외에도 아카데미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고자 전자투표 시스템 도입 및 수상 부문 재정비 등을 통해 쇄신을 꾀하고 있다. 아카데미가 부작용을 딛고 새로운 원년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