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변두리의 이미지는 머릿속에서 지워도 좋다. 인디(Indi)라는 단어의 한가운데에는 이제 독립과 활력의 샘물이 흐른다. 그 무한 가능성의 영역에 자유로운 상상력의 결정체인 애니메이션이 더해졌으니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 있을까. 꿈꾸는 자들을 위한 축제, 한국 애니메이션의 최전선에서 표현의 영역을 넓혀온 독립애니메이션영화제 인디애니페스트2012가 올해로 8회를 맞이하여 다채로운 작품과 부대행사로 무장한 채 관객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9월20일부터 25일까지 남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6일간의 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올해의 축제에서는 82편의 단편과 2편의 장편을 만날 수 있다. ‘무한☆짓거리’란 문구 아래 독립애니메이션의 현재와 미래, 대안시장의 가능성까지 한눈에 살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한빛 감독의 <Secret Garden>과 이종혁, 김혜정 감독의 <당신이 버린 개에 관한 이야기>는 생경한 곳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자 하는 인디 애니의 정신을 고스란히 함축한 단편애니메이션이다. <Secret Garden>은 초현실적인 이야기로 사랑과 이별의 감정을 형상화한다. 키스를 하던 연인이 나무한테 살해되고 이내 연인들을 닮은 나무들이 걸어나오는 이 상징적인 애니메이션은 현대인의 심리적 압박과 강박을 원색의 이미지를 통해 직접 전달한다. 반면 수묵화 느낌의 데생 이미지로 표현된 <당신이 버린 개에 관한 이야기>는 생명이라는 단순하고 분명한 주제를 서정적인 화풍에 실어나른다. 두 작품은 일견 정반대인 듯 보이지만 관객에게 직관적으로 호소하는 힘이 있다는 점에서 과연 인디애니페스트의 개막작답다.
인디 애니페스트의 중심이랄 수 있는 ‘독립보행’과 ‘새벽비행’ 부문에서는 36편의 가능성을 만날 수 있다. ‘독립보행’은 종군위안부의 회고담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린 <소녀이야기>나 외계인의 습격에 대처하는 농부와 돼지의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BURP>(박근태, 전종기, 유경수)같이 다양한 주제와 기발한 시도들이 돋보인다. ‘새벽비행’ 섹션은 그 폭이 더욱 넓고 다양하다. 도심을 활보하는 프리러닝 택배 배달원의 활약을 그린 <Allegro>(주윤철)처럼 높은 테크닉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부터 도시로봇과 농촌로봇의 대결이 이색적인 코믹액션애니메이션 <강철의 농부>(오정택)와 같이 기발함으로 승부하는 작품까지 상상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애니메이션의 향연이 이어진다. 그외에도 ‘무지개극장’ 섹션에서는 그 이름처럼 다양하고 창의적인 도전정신이 돋보이는 단편애니 12편을 만날 수 있다. 한편, 출품된 작품 가운데 독특한 시선을 지닌 작품들을 묶어 ‘파노라마’ 섹션에서 다시금 선보일 예정이다. ‘파노라마-1: 별별인생’ 섹션에서는 각양각색의 시점에서 사회적 고민을 담아낸 작품들이, ‘파노라마-2: 희희낙락’ 섹션에서는 제목 그대로 독특한 상상력으로 기발한 웃음을 주는 개성 넘치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장편애니메이션으로는 타이의 첫 장편 3D애니메이션이자 타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작품인 콤핀 켐군니르드 감독의 <칸 쿠웨이>가 상영된다. 타이 역사 속 영웅적인 코끼리에 관한 이야기를 극화한 이 애니메이션은 헤어진 아빠를 찾아 길을 떠나는 아기코끼리 칸 쿠웨이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법과 성장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또 다른 장편 섹션에는 젊음과 패기로 실력을 쌓아온 스튜디오 ‘지금이 아니면 안돼’의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아빠가 필요해>(장형윤, 2005), <무림일검의 사생활>(장형윤, 2007), <도시에서 그녀가 피할 수 없는 것들>(박지연, 2008), 세 작품을 통해 인디 애니메이션계의 미래를 모색해온 ‘지금이 아니면 안돼’ 스튜디오의 실력과 명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튜디오의 이름을 내건 그들의 첫 번째 장편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도 미리 맛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 밖에 세계 컴퓨터그래픽의 역사를 꿰뚫을 수 있는 시그라프 아시아의 수상작 중 베스트11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으니 애니메이션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한국독립애니메이션의 미래와 희망을 두눈으로 확인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마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