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콜린 파렐)은 교도소에서 나온 뒤 새로운 인생을 살려 한다. 그런 그가 하게 된 일은 세상과 담을 쌓고 집 안에 숨어 지내는 인기 여배우 샬롯(키라 나이틀리)의 보디가드다. 무례한 파파라치들과 싸우면서 미첼과 샬롯 사이에는 애틋한 감정이 생긴다. 한편, 미첼의 실력을 탐내는 갱스터 보스 갠트(레이 윈스턴)는 새 출발을 하려는 그를 내버려두지 않고 계속 자극한다. 하지만 미첼의 태도는 단호하다. “당신과 절대 일하지 않을 겁니다. 다시는 묻지 마세요.”
<런던 블러바드>는 <킹덤 오브 헤븐>(2005), <디파티드>(2006), <바디 오브 라이즈>(2008) 등의 시나리오를 쓰며 주목받고 현재 <씬 시티2> 시나리오에도 참여하고 있는 윌리엄 모나한의 연출 데뷔작이다. 이야기보다 심리의 흐름에 치중하는 연출은 ‘사건’보다 ‘무드’로 승부수를 던진다. 그런데 시나리오작가가 아닌 감독으로서 그의 역량은 부족해 보인다. 콜린 파렐과 키라 나이틀리, 그리고 레이 윈스턴과 데이비드 튤리스 등 1급 배우들의 앙상블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하나의 흐름을 좇기 힘들다. 뭔가 일어날 듯하면서 일어나지 않고 계속 어딘가 정체된 상태로 이어진다.
정제된 대사들과 뭔가 억누르는 듯한 감정의 교차를 두고 ‘쿨한 누아르’라고 이해할 수도 있겠지만 역시 콜린 파렐이 출연한 마틴 맥도나의 <킬러들의 도시>(2008)와 비교하자면 그 흠결은 커 보인다. 앞으로 뭘 해야 할지 갑갑한 보디가드와 늘 심신 쇠약한 여배우의 사랑이, 배우들의 존재감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목표했을 것 같은) 매끈한 누아르나 세련된 복수극의 무드와 쉽사리 만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