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짧아진 머리 길이만큼이나 조윤희의 표정이 가볍다. 무거운 짐을 여행지에 풀어놨을 때의 홀가분한 느낌처럼 말이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이숙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그녀는 아마도 ‘변신’이란 짐을 이제 막 푼 것 같았다. 그동안 내 남자의 아름다운 옛 애인이거나 첫사랑으로서 마치 환상처럼 머릿속에 자리잡았던 조윤희. 그녀가 영화 <공모자들>을 통해 이제 막 현실에 발을 디뎠다. 그런데 그 현실이 결코 만만치 않다. 장기밀매를 소재로 하는 <공모자들>은 이름 모를 누군가의 심장을 무참히 도려낸다는 점에서 현실보다 지옥에 한발 더 가깝다. KBS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모태솔로, 연애숙맥 방이숙으로 천재용(이희준)과 풋풋한 사랑을 키워나가고 있는 그녀가 납치, 장기적출, 밀매가 벌어지는 중국행 여객선에 선뜻 오른 이유가 궁금했다.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는데 제의가 들어와도 시나리오를 보면 할 수가 없었다. 내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원하는 작품들이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영화에서 내가 보여줄 모습은 없는 건가 싶었던 찰나에 <공모자들>의 유리를 만났다. 영화 전체의 이야기가 무섭고 끔찍한 것은 맞지만 내가 유리로서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공모자들>의 유리는 아버지의 장기이식 수술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중국행 여객선에 오르는 인물이다. 마침 여객선에선 납치 사건이 벌어지고 그녀는 유일한 목격자가 된다. 하지만 아픈 아버지를 돌보느라 직접 나서서 증언을 할 여유는 없다. 그러니 유리는 사실상 극의 중심인 여객선 안의 장기밀매 사건과는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그녀는 캐릭터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인물이기도 하다. 아픈 아버지를 이끌고 중국으로 향하는 그녀의 여정 역시 장기밀매가 벌어지는 여객선 안의 지옥 같은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은 아니지만 극중 가장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어 마음이 끌렸다. 아마 관객과 비슷하게 시선을 맞추고 가장 깊게 소통할 수 있는 인물도 유리가 아닐까 싶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변신’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그녀가 이번에도 변신에 욕심을 냈을 법한데 유리는 방이숙 이전의 마냥 여성스럽던 조윤희와 더 가까워 보인다. 조금 단호하게 말하자면 이번 영화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한 임창정이나 최다니엘에 비하면 조윤희는 확실히 주목을 덜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변신 그리고 욕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스릴러영화는 처음이라 <공모자들>은 나에겐 색다른 경험이다. 그러나 <공모자들>의 유리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건 아니다. 유리는 내가 가진 기존의 이미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부담을 덜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방이숙이란 캐릭터로 주목을 못 받았다면 <공모자들>의 유리 또한 내가 보여줬던 그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전과 반대로 이제는 보는 분들이 선머슴 같은 줄 알았는데 이런 여성스러운 모습도 있었네 하지 않을까.”
<씨네21> SNS를 통해 받은 독자들의 질문
-연기자로서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_tanso(미투데이) =일단 오랜만의 영화촬영이라 모든 게 즐거웠다. 오달수, 임창정, 최다니엘이라는 쟁쟁한 배우들이 연기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내게도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이숙과 비슷한 부분이 있나요? 아니면 정반대의 성격인가요?_CHAEEUN(미투데이) =평소의 나는 너무 여성스럽지도 그렇다고 선머슴 같지도 않은 중간인 것 같다. 이숙이의 털털한 성격은 나와 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