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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집요한 원칙주의자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유준상

유준상이 아니라, 그의 팬이라 다행이다. 유준상의 ‘유준상’으로 살아가려면 아무래도 각오가 남달라야 할 거다. 사석에서 만난 유준상은 분명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방귀남’처럼 개념, 예의, 성실성, 여유, 허허허, 흐흐흐 하고 웃는 특유의 웃음을 모두 갖췄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대외적인 유준상에 불과하다. 막상 자신을 대할 때 그는 180도 모습을 달리한다. <알투비> 촬영 뒷이야기를 듣자니, 아니나 다를까 자신을 좀체 놓아주지 않는 유준상식 집요함이 고스란히 엿보인다. 마침 역할이 딱 유준상이다. 비행에 있어선 한번도 진 적 없는 탑건 ‘철희’. 재능만 믿고 덤비는 자유분방한 ‘태훈’(정지훈)과 사사건건 부딪히는 원칙주의의 인물이다. 역할을 받자마자 앞뒤 잴 것 없이 삭발을 감행하고(철희에만 올인한 나머지 일주일 뒤 잡힌 CF 촬영은 잊어버렸단다! 하나를 결심하면 나머지를 모두 잊는 직선형 인간이다), 전투기 탑승을 위한 훈련시에 두번 기절하고 나오는 토사물까지 삼키면서도 ‘준상아, 제발 참아!’ 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피곤한’ 스타일이 유준상이다. 한동안은 어지럼증, 구토가 지속됐고, 좁은 공간에선 폐소공포증까지 겪었다. 벽에 등이 찍혀 피가 철철 나는데도 그걸 모르는 상황까지 가기도 했다.

흔히들 목숨 건 도전을 말하지만, 유준상에게 이번 영화는 실제로 사투였다. 이 정도 후유증이 있을 줄 알았다면 하지도 않았겠지만, 일단 시작한 일을 포기할 타입은 아니다. 두번 기절하고 연속 훈련을 나가는 건 공군 창설 이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했다. 군의관이 위험하다고 만류하는데도 “제발 살려주세요. 한번만, 저 꼭 타야 합니다” 하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받쳐주는 역할 맞다. (정)지훈이가 군대 가서 부각되는 거지 분량도 적은 데다, 주연도 아니다. 정형화된 인물이기도 하다. 요즘은 개성없는 이런 인물을 기피한다. 그런데 왜 했냐고?” 대답은 간단하다. “하늘을 나는 공군을 언제 해보겠나. (웃음) 연기로 볼 때 오히려 이런 FM 같은 인물이 와닿을 수 있겠구나. 그럼 내가 특별히 개성을 첨가시키기보다 진짜 군인처럼 해보자 다짐했다. 그런 마음이니 군복만 입으면 눈빛이 전투태세가 된다. 근데 너무했나. 실제 공군들이 나 같은 군인은 없다더라. (웃음)” 왜 아닐까. 그는 지금 ‘정신무장’ 상태다. 드라마 막바지 촬영에, 뮤지컬 <잭 더 리퍼> 공연, 곧 강우석 감독의 영화 <전설의 주먹>의 촬영에 들어간다. 영화에선 한때 학교짱이었지만 평범한 생활을 하다 격투기대회에 나가는 회사원 역할이다. 이번에도 몸이 성하긴 힘들어 보인다. 이미 작업을 끝낸 민병훈 감독의 <터치>도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애써 동안이 된 게 아니라 이렇게 바빠서야 나이들 틈도 없어 보인다. “스스로 힘들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땐 정말 끝이다. 핑계대지 않고 열심히 한다. 공연으로 치자면 지금은 기립박수받는 순간이다. 최고의 기분이지만, 경험해보니 그렇지 않은 날도 많다. 그런 날도 최선을 다해서 페이스를 지키며 열심히 해야 한다. ‘준상아, 박수 없을 때는 언제 열심히 안 했어? 예전에도 열심히 했잖아. 여기 빠져만 있을래. 정신 안 차려!’ 이렇게 말이다.”

2012년의 유준상은 소수의 스타에게만 허용되는, 이를테면 국민배우, 국민여동생, 국민요정과 같은 선상에서 ‘국민남편’이란 수식어를 얻었다. 현재의 그를 알기 위해 이제 사람들은 그의 과거 행적을 찾아내고, 그의 발언 모두를 귀담아들으려고 노력한다. 유준상의 표현을 따르자면 ‘이게 무슨 일일까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한 때’이다. <알투비>는 지금의 ‘유준상 효과’가 과연 상업적으로 얼마나 통용될지에 대한 시험의 장이 될 것이다. “그런 부담이 물론 있다. 그런데 분명한 건, 이 작품은 설렁설렁한 게 아니라는 거다. 내 목숨을 담보로 한 영화다. 성공 여부를 떠나 그래서 나에겐 더없이 중요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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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리스트 정주연(D12.)·헤어&메이크업 순수(설레임정)·의상협찬 Giorgio Brato by 탕고 드샤, CK, 트루젠, Swear, 스타일 옴므, 니나 리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