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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리치나 타란티노 스타일? 그건 사기 같잖아
이영진 2012-08-09

<애니멀 킹덤>의 데이비드 미코드 감독

데이비드 미코드(39) 감독은 첫 번째 장편 <애니멀 킹덤>을 만들기까지 긴 시간을 견뎌야 했다. 멜버른대학에서 예술학을 전공한 뒤 호주공립학교에 취직했던 그는 영화연출로 자신의 진로를 정한 다음 뒤늦게 영화학교에 입학했고, 영화잡지 <인사이드 필름 매거진>의 편집자로 일하면서 단편 <크로스보> <네덜란드 난쟁이> 등을 만들었다. <애니멀 킹덤>을 구상한 건 오래전이었지만, “멀티 레이어 구성의 복잡한 범죄 이야기”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쏟은 제작자는 없었다. 그러나 그가 장편영화 연출에만 목을 맸다면, 선댄스 키드라는 영예를 누리진 못했을 것이다.

-1988년 멜버른 근교에서 일어난 왈시(Walsh)가 경찰 살해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시드니에서 쭉 살다 18살 때 멜버른으로 이사를 갔다. 이무렵 멜버른에서 일어났던 범죄들에 관한 책을 읽었다. 특히 왈시가 사건은 충격이었다. 이 사건을 범죄의 역사가 아니라 사회의 역사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쳤고, 영화학교에 진학하기도 전에 거대한 범죄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구상부터 완성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시나리오의 톤과 구조도 처음과 비교해서 많이 바뀌었을 텐데. =초고는 나이브했다. 그때 난 20대 중반으로 막 영화학교를 졸업한 상태였다. 멜버른의 범죄 에피소드들을 한데 묶어내는 건 너무 방대한 일이었다. 뭔가를 써내기 위해선 몇년이 더 필요했는데, 그 기간은 내 글솜씨가 아니라 내가 성숙해져야 할 시간이었다. 그러면서 시나리오 또한 느슨하고 가벼운 재미 위주의 범죄물에서 점점 더 클래식하고 진지한 것으로 변해갔다.

-각색 중에 가이 리치나 쿠엔틴 타란티노식의 쿨한 범죄영화를 염두에 둔 적도 있나. =초반에 쓴 버전들은 확실히 그런 경향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게 가이 리치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것과 똑같진 않았다. 외려 호주의 범죄를 다룬 서브 장르들에 더 가까웠다. 시나리오를 대략 7, 8번 정도 고쳐 썼는데 각색 과정 중반부터는 캐릭터만 유지한 뒤 기존의 것들은 다 던져버렸다. 이전의 것들은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뭔가 그럴듯하게 꾸며낸, 속된 말로 사기치는 것 같았다.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어떻게 균형을 맞추었나. =수많은 캐릭터들을 한꺼번에 저글링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촬영하는 동안 내겐 큰 도전이었다. 저글링이 중단돼서도 안되었고, 또 어떤 누군가가 끔찍하게 설익은 채로 느껴져서도 안되었다. 특정 인물이 자신의 독특한 색깔를 보여준 뒤 다음 인물에게 바통을 넘기는 식으로, 인물들이 영화에서 기묘하게 드러났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게 내 아이디어였다. 아마 당신이 처음 만났던 캐릭터가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마지막 장면을 보기 전까지 깨달을 수 없을 것이다.

-35일의 촬영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 =출신이 다양한 배우들의 각기 다른 작업방식을 알아내는 것도 쉽지 않았지만, 가장 고됐던 건 역시 편집이었다. 편집할 때마다 난 항상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편인데 이번엔 특히 어려웠다. 애초에 내가 원했던 건 불규칙하게 확산되는 드라마, 그리고 그 아래서 작동하는 긴장감이었다. 이를테면 난 두편의 영화를 만들기를 원했고, 편집 과정에서 이러한 느낌들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다.

-다음 작품은 로버트 패틴슨, 가이 피어스가 출연하는 <The Rover>다. =한 남자가 갱단에 차를 강탈당한 뒤 그들의 뒤를 쫓는다는 이야기다. 원안은 <애니멀 킹덤>에서 바즈 역으로 출연한 조엘 에저튼과 함께 썼다. 내년 초부터 오스트레일리아 남쪽지방에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 이 인터뷰는 <더 스코어카드 리뷰> <플릭스> <버라이어티> 등에서 발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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