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부터 짚고 넘어가죠. 만지기 있기, 없기?” 여기, 한 근육질의 미남자가 여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던 그의 손이 마침내 ‘그곳’을 향할 때, 객석 곳곳에서 소프라노 비명이 터져나온다. 하지만 입이 바싹바싹 마르는 건 영화 속 여성뿐만이 아닐 것이다. 매끈하게 재단된 남성의 육신을 감칠맛나게 훑는 카메라는,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심장박동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직 마이크>는 플로리다 템파 지역의 스트립 클럽 익스퀴짓에서 일하는 남성 스트리퍼들의 이야기다. 남성성이 두드러지는 남자, 구릿빛 남자, 야성적인 남자, 노련한 남자, 인형 같은 남자들이 티팬티만 입고 여성들의 뜨거운 하룻밤을 위해 기꺼이 ‘수컷 쇼’를 벌인다. 이들 가운데서도 ‘매직 마이크’라 불리는 마이클(채닝 테이텀)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밤이 되면 익스퀴짓의 얼굴마담으로 변신하는 그는 낮 동안 공사장 인부로, 가구 제작자로 일하며 스트리퍼 너머의 미래를 꿈꾼다. 어느 날 마이크는 공사장에서 19살의 혈기 넘치는 청년 아담(알렉스 페티퍼)을 만난다. 그의 남성적인 매력을 알아본 마이크는 아담이 익스퀴짓에 합류해 스트리퍼로 적응하는 과정을 돕는다.
이 영화를 보며 남은 러닝타임을 확인하거나 잡생각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야기의 흐름이 느슨해질라 치면 각종 컨셉으로 무장한 남자들의 퍼포먼스가 눈길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특히 매직 마이크로 분한 채닝 테이텀이 선보이는 ‘쇼’는 댄스 고수들의 경연장이었던 <스텝업> 시리즈에 그가 캐스팅된 이유를 새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육체 미학의 절정을 보여준다. 스트립 클럽을 이끌며 애송이 아담에게 ‘무대에서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치는 댈러스 역의 매튜 매커너헤이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엉덩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채 태양이라도 감싸안을 듯 두팔을 들어올린 그의 모습은 다비드상이 피그말리온의 힘을 빌려 인간의 숨결이라도 얻어낸 것처럼 보인다.
물론 멋진 몸을 가진 배우들만으로 영화가 완성되는 건 아니다. 상업적인 요소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스리슬쩍 끼워넣는 소더버그의 장기는 <매직 마이크>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익스퀴짓의 남자들은 여성들의 판타지이자 죄책감없이 소비할 수 있는 욕망의 대상이다. 그녀들은 두 시간 동안 마음을 홀린 남자의 엉덩이에 팁을 끼워넣고는 남편의 품으로 돌아가 이내 판타지의 문을 닫는다. 반면 스트리퍼들은 노동의 대가로 받은 꼬깃한 지폐를 모아 현실의 문을 두드리지만 그 문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돈만으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자본만능주의 사회의 괴리감을 소더버그는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으로 담아낸다. 이 영화의 많은 장면들이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비단 채닝 테이텀이 19살 때 실제로 스트립 클럽에서 일했던 경험을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매튜 매커너헤이의 말에 따르면 소더버그는 배우들이 캐릭터를 완벽하게 습득하도록 한 뒤, 언제부터 촬영에 들어갈지 언질을 주지 않고 기습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한다. 그러므로 <매직 마이크>는 가장 판타지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판타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보여줄 듯 보여주지 않으며 여자들의 애를 태우는 익스퀴짓의 남자들처럼, 판타지적인 인물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환상적인 무대와 현실 속 평범한 모습을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소더버그의 연출력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북미 지역에서 먼저 개봉한 <매직 마이크>는 1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기록했다. 최근 이렇다 할 수작을 내놓지 못한 소더버그였으나 그 자신의 지성과 채닝 테이텀의 육체를 결합한 <매직 마이크>의 실험만큼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