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생선’ 영화 <파닥파닥>
송경원 2012-07-25

어느 날 횟집 수족관으로 고등어 ‘파닥파닥’이 잡혀온다. 죽음을 기다리는 것 이외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수족관 안에서는 가장 오래 살아남은 ‘올드넙치’가 양어장 출신의 다른 생선들을 통제하며 권력을 누리고 있다. 놀래미, 줄돔 같은 다른 생선들이 나름의 생존비법을 알려주지만 자유롭게 바다 속을 가르던 ‘파닥파닥’에겐 희망을 포기한 좁은 수족관 속 세계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올드넙치’ 역시 부질없는 탈출 시도를 계속하는 ‘파닥파닥’의 존재가 거슬리긴 마찬가지다.

‘물고기’ 영화가 아니라 ‘생선’ 영화다. 그것만으로도 신선하다. <파닥파닥>의 생선들은 <니모를 찾아서>의 익숙하고 깜찍한 물고기들과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애니메이션이 지닌 상징과 우화의 힘을 십분 활용한 이 작품에는 예쁜 관상용 물고기 대신 횟집 수족관에 갇힌 식용 생선들의 피곤한 표정이 담겨 있다. 당연히 이야기는 무거워지고 그만큼 우화도 짙어진다. 사회의 축소판인 수족관, 보이지 않는 벽에 대한 풍자, 권력과 혁명에 대한 직접적인 은유까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상징과 메시지들이 씨줄 날줄 교차하며 촘촘히 짜여 있다.

다만 이야기 자체가 새롭진 않다. 차라리 인상적인 것은 감각적인 화면으로 살려낸 감성의 ‘결’과 울림의 ‘폭’이다. 감독이 직접 횟집에서 일하는 등 5년간의 프로덕션을 거치며 쌓아올렸다는 노력과 경험은 화면 위 디테일로 살아나 적지 않은 여운을 남긴다. 특히 뮤지컬 시퀀스에서의 풍부한 표현력과 상상력이 애니메이션 고유의 매력을 살린다. 넘치는 부분이나 삐걱거리는 부분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소중한 날의 꿈> <마당을 나온 암탉> <돼지의 왕>에 이은 올해의 반가운 발견이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