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악마라고?
<산타를 보내드립니다> Rare Exports: A Christmas Tale 얄마리 헬렌더 /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 2010년 / 80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산타클로스를 공포의 대상으로 만든 영화들은 사실 그리 드물지 않다. 최근 개봉한 네덜란드영화 <세인트>나 2005년작 <산타즈 슬레이>를 한번 떠올려보라. <산타를 보내드립니다>가 다른 ‘산타 공포영화’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산타클로스의 본고장인 핀란드산 영화라는 사실일 거다. 일단의 미국인들이 핀란드와 러시아의 경계에 위치한 시골마을에서 뭔가를 발굴하는 중이다. 시골 소년 피에타리는 그들이 발굴하려는 대상이 오래전에 땅속에 묻힌 산타클로스이며, 신화 속의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 광고의 성인이 아니라 좀비 같은 엘프들을 이끌고 아이들을 고문하는 악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2010년 핀란드 최고 흥행작인 <산타를 보내드립니다>는 피와 고어로 넘치는 산타 호러가 아니라 산타클로스 전설과 좀비영화 장르를 코미디의 기운으로 버무린 영화다. 좀비떼들을 유인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타고 벌이는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올해 부천의 명장면 중 하나로 손색이 없다. 2010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 대상 수상작이다.
동성애 차별에 반기를
<퍼레이드> The Parade 스르잔 드라고예비치 / 세르비아 등 / 2011년 / 116분 / 비전 익스프레스 올해 부천에는 예년처럼 몇편의 퀴어영화들이 있다. 아트하우스 퀴어영화 팬이라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뷰티>를, 보다 직설적으로 동성애 차별에 맞서는 장르영화를 보고 싶다면 구유고연방 국가들이 제작한 <퍼레이드>를 선택하면 좋다. <퍼레이드>의 게이 커플 라드밀로와 미르코는 네오 나치들의 동성애자 테러가 횡행하는 세르비아에서 게이 퍼레이드를 기획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과 테러의 위험 앞에서 퍼레이드의 향방이 불확실한 가운데, 동성애라면 치를 떠는 갱단의 두목이 약혼녀의 부탁으로 동성애자들의 경호를 맡게 된다. 스르쟌 드라고예비치 감독은 마초 문화가 득세하는 세르비아에서 동성애자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말하는 동시에 갱단 두목과 게이가 유고연방 유고내전의 적국 군인들을 경호원으로 고용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발칸반도의 화합이라는 주제까지 건드린다. 발칸반도 영화 특유의 활기로 가득한 퀴어 코미디지만 마지막 장면에서는 손수건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다.
가장 핫한 연체동물
<점쟁이 문어 파울의 일생> The Life and Times of Paul the Psychic Octopus 알렉산더 필립 / 미국, 스위스 / 2012년 / 72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2010년 10월26일, 그해 월드컵의 실질적인 VIP 문어 파울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2살. 조별 리그전 때부터 승패를 점치느라 과로해서 단명한 것인지도 모르겠으나, 어쨌든 그가 생전 누린 유명세로 따지면 할리우드의 배우견 우기 부럽지 않았다. ‘똘끼’ 충만한 이 다큐멘터리는 그 해양동물계의 우기에게 바치는 추모 다큐멘터리라 할 만하다. 오버하우젠 시라이프 수족관 관리인, 파울의 에이전트, 자신에게 파울을 팔라며 백지수표를 내놓았던 러시아인, 파울은 영국 혈통일 것이라고 주장하는 영국 음반업계 종사자, 파울을 벤치마킹한 여타 동물원 관리자 등 별 희한한 전문가(?)들에게 딴 인터뷰들을 총망라했는데, 그 조합이 빵빵 터진다. 파울의 죽음을 동물사적 사건으로 추앙하는 사람들과 그의 예지 능력은 사이비라고 비웃는 사람들의 증언이 엇갈리는 가운데, 한 가지 사실만은 분명해 보인다. 파울은 역사상 가장 핫한 해양동물로 남을 것이다.
아키하바라에 온 히키코모리
<리버> River 히로키 류이치 / 일본 / 2011년 / 89분 / 스트레인지 오마주 소녀가 걷고 있다, 도쿄의 아키하바라 거리를, 마치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처럼. 그 이유를 알자면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해, 트럭을 몰고 아키하바라에 들이닥친 25살 청년의 손에 죽은 7명 중 소녀의 남자친구가 있었다. 이후 ‘히키코모리’ 생활을 시작한 소녀는 오늘 그 어두운 기억으로부터 한 발짝 걸어나왔다. 영화는 여기서 출발한다. 소녀는 아르바이트로 에로배우를 하는 소녀와, 자살을 꿈꾸는 겁쟁이 소년과, 느릅나무를 노래하는 여인과, 메이드 카페를 운영하는 아저씨를 지나, 죽은 남자친구를 기억하는 한 소년에게 도착한다. 그리고 그도 3·11 동일본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두 역사적 트라우마가 만난다. <바이브레이터>의 섬세한 연출로 잘 알려진 감독은 그들의 상처를 성마르게 봉합하지 않는다. 상처가 아무는 속도는 그들이 아픈 기억의 땅을 걸어서 통과하는 속도에 겨우 육박한다고 말할 뿐이다.
할리우드 B급 호러의 공포
<상태 개조> Altered States 켄 러셀 / 미국 / 1980년 / 102분 / 켄 러셀 회고전 심리학 교수 에드워드(윌리엄 허트)는 마약과 고립상태를 이용해서 인간 진화의 비밀을 캐내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환각을 실험하기 위해 스스로를 좁은 장소에 고립시키고 약물을 투입하던 에드워드는 점점 기괴한 행동을 하기 시작하고,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상태 개조>는 ‘영국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렸던 켄 러셀이 처음으로 할리우드로 건너가서 만든 영화다. 당연히 거대 스튜디오와 타협한 흔적이 역력한 영화인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런 흔적은 <상태 개조>의 단점이 아니라 독특한 장점으로 여겨진다. 브라이언 드 팔마의 <전율의 텔레파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플라이>와 <비디오 드롬> 등 19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 할리우드 B급 호러영화들의 거의 사악할 정도로 음습한 공포를 다시 한번 맛보고 싶다면, <상태 개조>는 정말이지 근사한 경험이 될 것이다.
납치범과 피해자, 50/50
<하이네켄 유괴사건> The Heineken Kidnapping 마텐 트뢰니에 / 네덜란드 / 2011년 / 127분 / 비전 익스프레스 제목을 보고 맥주 이름을 떠올렸다면 맞다. <하이네켄 유괴사건>은 1983년 독일 유명 맥주회사 대표 알프레드 하이네켄이 납치당한 뒤 3주 만에 풀려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당시 범인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검거됐으며 지금도 수감 중이다. 한마디로 이미 결말이 나와 있는 이야기다. 그래서 영화는 서스펜스보다 캐릭터와 심리에 초점을 맞춘다. 일면 빤한 그 방식이 지루하지 않은 이유는, 포커스가 납치를 한 사람과 당한 사람 양자에게 공정하게 분배돼 있기 때문이다. 러닝타임 2시간 중 1시간은 납치범을, 나머지 1시간은 하이네켄을 위해 쓰인다. 영화는 누구 편에도 서지 않는다. 향후 폐쇄적인 삶을 선택하게 되는 하이네켄의 상흔을 훑으면서도, 납치범이 구조적 피해자라는 사실도 잊지 않고 각인시킨다. 결국 최후의 승자는 없다. 어떤 스포일러도 그 결말의 무게를 덜어내진 못할 것이다.
과연 자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헬> Hell 팀 펠바움 / 독일, 스위스 / 2011년 / 86분 / 부천 초이스 재난영화와 호러영화가 사촌지간이 된 지도 오래다. <헬>은 그 전통을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영화는 두 장르에 양발을 걸친 채 파국에 다다른 자본주의와 자연 생태계에 대한 지독한 풍속도를 펼쳐 보인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전 지구적 공포가 구체적 현실로 드러난 미래의 유럽 어딘가, 인간은 살육을 생존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마리와 여동생 레오니는 너의 물 한 방울로 내 목을 적시고, 너의 빵 한 조각으로 내 허기를 달래야만 한다. 그 살벌한 쟁탈전이 꼬리를 물고 펼쳐지는 스크린은 때로는 피로 흥건히 적었다가, 때로는 말라버린 대지 위에 피어오른 모래먼지로 자욱해진다. 그 피와 모래의 장막을 뚫고 두 자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질문에 어떤 희망적 대답이 가능하다고 해도 일시적 변통에 불과하다. 세계의 파멸은 계속된다. 그 사실이 이 영화를 극도로 비관적인 인류멸망보고서로 남게 한다.
폴란스키와의 독대
<폴란스키 파일> Roman Polanski: A Film Memoir 로랑 부즈로 / 영국, 이탈리아, 독일 / 2011년 / 90분 / 스트레인지 오마주 어떤 드라마보다도 드라마틱한 한 남자의 인생이 여기 있다. <폴란스키 파일>은 우리가 잘 아는, 혹은 잘 안다고 생각했던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지난 80년을 그의 영화와 더불어 찬찬히 되돌아본다. 이 간단치 않은 여정의 안내자는 폴란스키의 50년 지기 로랑 부즈로다. 메이킹 다큐 제작자로도 유명한 그는 2008년 <HBO>에서 제작한 <로만 폴란스키: 원티드 앤드 디자이어드>처럼 섹스 스캔들을 집중 조명하는 대신, 폴란스키와 독대를 택한다. 덕분에 나치 집권 아래 참혹했던 폴란스키의 유년기, 안제이 바이다와의 인연과 영화계 입문기, 전 부인 샤론 테이트를 앗아간 비극 등을 그의 육성으로 전해 들을 수 있다. 그것이 때로는 주관적 서술에 머무르는 결과를 낳게도 한다. 하지만 조금 기운 인터뷰라 해도, 그의 영화만큼이나 아찔하고 처절했던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유혹을 보상하기엔 충분해 보인다.
연극 무대 위의 연쇄살인
<시련> The Crucible 김연수 / 한국 / 2012년 / 87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시련>은 아서 밀러의 연극이다. 17세기 미국의 한 마을에서 벌어지는 마녀재판과 진실찾기, 비극이 주된 내용이다. 영화 <시련>은 연극 <시련>을 연습 중인 어느 연극과 학생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극장의 문이 닫히고 이 안에는 연출, 배우, 무대감독, 조연출만이 남는다. 카메라로 연습장면을 기록하던 학생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면서 학생들은 하나씩 죽음을 맞는다. 단절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극이라는 점에서 <시련>이 연상시키는 이야기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시련>은 연극과라는 집단이 가진 디테일한 특성을 이용해 관습적인 느낌을 피해간다. 다른 전공에 비해 특히 엄격한 선후배 사이의 서열구조가 갖는 권력관계, 타과 편입생을 ‘굴러온 돌’이라며 무시하는 분위기, 주인공을 향한 배우들의 욕심에서 비롯되는 갈등은 누가 왜 사람들을 죽이는가에 대해 수많은 가능성을 제기한다. 미스터리의 끝에 밝혀지는 비밀이 그다지 놀랍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지탱한 긴장의 힘은 상당히 세다.
생선 비린내와 피 비린내
<데드 스시> Dead Sushi 이구치 노보루 / 일본 / 2012년 / 91분 /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나르는 초밥들의 반격이다. 신선한 초밥의 맛을 만끽할 생각으로 한적한 시골의 료칸에 짐을 푼 제약회사 사람들 앞에 한 걸인이 나타난다. 알고 보니 세포재생술을 연구하다 식인괴물을 만들어낸 일로 제약회사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미치광이 과학자다. 복수심에 찬 그는 제대로 된 스시 맛도 모르면서 잘난 체하는 간부들을 스시의 밥으로 만든다. 그의 폭주를 막을 이는 초밥 요리사의 꿈을 이루지 못해 낙망한 료칸의 여직원 케이코와 기구한 사연 때문에 초밥 요리사의 길을 포기한 중년 사와다뿐. 그들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밥알과, 이빨을 세운 생선들을 물리치고 초밥 요리사로서의 소명을 되찾는 과정을 눈뜨고 지켜보려면 강한 비위는 필수다. 물론, B급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이구치 노보루 감독 특유의 황당무계한 상차림을 기대한 이라면 생선 비린내와 피 비린내가 뒤섞여 코를 찌르더라도 한술 떠볼 만한 영화다.
과연! 미이케 다카시
<사랑과 정성> 愛と誠 미이케 다카시 / 일본 / 2012년 / 133분 / 폐막작 1972년의 어느 날, 아이(다케이 에미)는 거리에서 불량학생들과 싸우고 있는 남자에게 눈길이 간다. 이마에 독특한 상처를 갖고 있는 그는 아이가 어렸을 때 스키장에서 구해준 마코토(쓰마부키 사토시)다. 아이는 불량학생으로 낙인찍힌 마코토를 아버지가 운영하는 사립학교에 입학시키고, 아르바이트까지 하며 그를 돌본다. 그럼에도 마코토의 비행은 멈추지 않고 결국 그는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마코토와 끝까지 함께하고 싶은 아이는 폭력서클과 야쿠자에게 위협당하는 상황에까지 내몰린다. 과연 미이케 다카시다. 그는 순정만화의 주인공들을 극단적인 폭력과 괴상한 유머로 마구 덧칠해버렸다. <사랑과 정성>은 더이상 순정만화도 청춘영화도 아니지만 익숙한 옛 노래가 등장하는 뮤지컬 장면이 더해져 영화의 인상은 전체적으로 산뜻하고 유쾌하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던 영화는 결말로 치달을수록 비장한 드라마의 냄새마저 풍긴다.
호러영화에 대한 향수가 절절하다
<칠레라마> Chillerama 애덤 그린 / 미국 / 2011년 / 120분 / 금지구역 네명의 감독이 보여주는 코믹한 호러 옴니버스. 자동차 극장의 폐업 전날, 상영기사 엉클 세실(리처드 리엘)은 희귀한 고전영화 네편을 상영한다. 괴물 정자의 뉴욕 정복에 관한 이야기 <와질라>, 패러디의 막장 <나는 십대 곰인간이었다>, 심성 고운 프랑켄슈타인과 어리바리한 히틀러가 등장하는 <안네 프랑켄슈타인의 일기>, 역겨움의 끝 <데시케이션>에 이어지는 <좀비영화>가 그것들이다. 자동차 극장이 성행하던 어느 날에 만들어진 듯 조악한 만듦새는 친근하고 정겹다. 1970년대 호러영화에 대한 감독들의 향수가 절절하게 묻어난다. 익숙한 배우들이 출연하거나 유명한 영화의 장면들이 패러디된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도 상당하다. 특히 명작 속 대사를 읊으며 자폭하는 상영기사 엉클 세실의 마지막 모습은 장렬함까지 선사한다. 각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가며 나오는 쿠키 영상들도 놓치지 말 것.
영화의 꿈이 숨어 있는 에로영화?
<불가리아> Vulgaria 팡호청 / 홍콩, 중국 / 2012년 / 90분 / 비전 익스프레스 <불가리아>란 제목이 뜻하는 건, 요구르트로 유명한 나라가 아니다. ‘vulgar’(저속한, 음탕한)에서 따온 제목을 가진 이 영화는 ‘음탕한 언어와 성적 묘사’에 대한 경고로 시작한다. 영화 프로듀서인 토는 돈이 없다. 이혼한 아내가 키우는 딸을 만나고, 사무실을 유지하기 위해 돈이 필요한 그는 어느 날 삼합회의 두목을 만나 투자 제안을 받는다. 그가 원하는 건 어린 시절 보았던 포르노영화의 여배우를 캐스팅해 그녀의 대표작을 리메이크하는 것이다. 토는 일단 돈이 급해 제안을 받아들이지만, 그의 고난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영화 속에서 영화는 말 그대로 유린당하는 처지다. 전직 감독은 지금 카메라와 함께 마작판 매니저를 하고 있다. 단속이 뜨면 바로 마작판을 촬영 중인 영화현장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배우를 꿈꾸며 여러 실력자를 유혹하던 여배우는 파트타임 모델을 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비록 에로영화이기는 하나, 그래도 영화에 꿈을 가진 이들의 소동극이다. 제목처럼 음탕한 성적 묘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건 아니다.
영국을 떠들썩하게 한 엽기적 살인사건
<검은 연못> Black Pond 톰 킹슬리 / 영국 / 2011년 / 83분 / 비전 익스프레스 “그들은 시체를 냉장고에 보관하다 검은 연못에 던져넣었다.” 죄책감에 흘러나온 팀(윌 샤프)의 한마디가 평범한 일가족을 희대의 살인마로 둔갑시킨다. 톰슨 가족의 집에 찾아온 블레이크(콜린 헐리)가 저녁 식사 테이블에서 급사하는 바람에 톰슨 가족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검은 연못>은 온 영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엽기살인사건을 주제로 한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검은 연못>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지나치게 예민하다. 과민한 성격에서 비롯한 인물들의 과격한 액션은 종종 보는 이를 당혹스럽게 하지만 그런 점이 <검은 연못>의 매력이다. 인물들이 말을 하던 중 입을 다물고 황망한 표정을 짓는 순간엔 실소가 비어져 나온다. 특히 괴팍한 치료사 에릭 삭스로 분한 사이먼 암스텔의 연기가 무척 인상적이다. 저예산으로 제작했음에도 개성있는 짜임새로 구성된 <검은 연못>은 20대인 두 감독 톰 킹슬리, 윌 샤프의 데뷔작으로 2011년 영국아카데미상(BAFTA) 후보에도 올랐다.